[정재석의 야단법석]‘장애인 고용’ 말뿐인 고용부장관

입력 2013-02-0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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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장애인 처우개선을 주장하는 조선 초 문신 난계 박연(朴堧, 1378-1458)의 간청을 세종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런 연유로 허조(許稠, 1369-1439)는 우의정과 좌의정 등을 지내면서 청백리에 뽑힌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실력을 갖춘 장애인들은 공직에 등용될 수 있다는 풍토가 확산됐다.

요즘은 어떤가. 장애인 의무고용률 위반여부를 두고 고용노동부와 국가·공공기관 서로가 얼굴을 붉히고 있다. 또 기업들을 다그친다. 정부가 공공기관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채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평(公平)’이 전제돼야 한다. 일주일 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감스럽지만 전혀 공평하지 않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등 다수의 국가·공공기관이 법을 어기고 있지만 6개월 전과는 달리 이번 공표에서는 대부분 누락됐다. 고용부가 힘 있는 기관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까지도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3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장애인 의무고용 및 고용부담금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지금까지 이를 어기고 있다. 이번 발표 명단에는 청와대도 빠졌다. 2009년 12월 대통령실의 장애인 고용률은 1.75%로 의무고용률에 미달했지만 그 이후는 알 길이 없다. 법을 지키지 않는 정부가 기업에 법을 준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관이다.

고용부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가기관은 기업의 1.3%(의무고용률 2.5%의 52%)보다 높은 1.8%(의무고용률 3.0%의 60%)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항변하지만 변명으로만 들린다.

이채필 장관은 ‘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2011년 5월 취임 이후 매년 한 차례이던 공표를 두 차례로 강화했다. 그리고 이를 어길 경우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국가와 모든 공공기관을 공표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사업주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직접 뛰겠다”던 이 장관. 취임 이후 장애인 의무고용률(일반기업) 1년6개월의 성적표는 2.24%→ 2.35%, 0.11% 오르는 데 그쳐 초라하다.

1990년 1월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에서 3%로 증가할 때, 등록장애인은 24만8000명에서 268만4000명(보건사회연구원 추정)으로 무려 10배나 늘었다. 그러나 고용부는 의무고용률 3%도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낱 숫자타령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장애인고용촉진법’ 공포 당시 법안 시행령 마련작업에 참여한 사람이 바로 젊은 사무관 시절의 이채필 장관이다. 장관 취임 이후 일자리를 중시해 노동부의 명칭 앞에 ‘고용’을 넣은 것도 그다. 이 장관은 평소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기업의 협조’와 함께 ‘사회의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23년 전 이채필 사무관도 “이 법의 성공여부는 법정신의 구현을 위해 3자가 얼마나 노력하고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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