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달아난 거평그룹 나모(52) 전 부회장이 한·미 검찰의 국제공조수사 끝에 국외도피 14년 만인 다음 달 국내로 강제 송환된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 중국 공안부 등 외국 법집행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2010년 1월 출범 이래 외국으로 달아난 중범죄자 18명을 추적·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대표적인 해외도피사범인 나 전 부회장은 다음 달 중순 강제송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부회장은 1997년 금융기관을 인수한 다음 거평그룹 계열사에 약 2천900억원을 부당 지원하는 등 회사에 4천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1999년 4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은 2004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돼 법정구속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았으며 2008년 광복절 특사로 형집행이 면제됐다.
미국으로 달아난 나 전 부회장은 일부 언론에 캘리포니아주의 고급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모습이 보도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2010년 10월 나씨의 여권 및 비자의 유효기관이 만료돼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과 공조해 강제송환을 추진했다.
국제협력단의 요청을 받은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지난해 10월 나 전 부회장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으며 나씨가 자진출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음 달 중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했다.
나씨는 귀국 즉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대검은 또 국토안보부 수사국과 공조를 통해 2007년 12월 미국으로 달아난 전 코스닥업체 대표 조모씨의 신병을 지난달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9년 2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미국으로 달아나 형 집행이 되지 않았고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8년 2월~2009년 9월 12건의 지명수배 및 지명통보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300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달아난 최원영 전 경원대 이사장과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해 캐나다로 달아난 백종안 전 대한은박지 대표의 신병을 넘겨받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최원영 전 이사장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동생이고 백종안 전 대표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박경춘 대검 국제협력단장은 "국내외 관련 기관과 협조해 해외도피자는 외국에서 정상적인 체류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해외도피자에게 전 세계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