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이 시행되고 각종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입양기관, 입양인 단체, 미혼모 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입양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중앙입양원 주최로 25일 오후 3시부터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2013년 입양 관계자 연찬회’에는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최희주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 이원희 인구아동정책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장, 뿌리의 집 및 TRACK 등 입양단체, 한국입양홍보회 등 입양부모 대표, 애란원 등 미혼모 시설장을 포함해 약 40여명의 입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복지부의 올해 입양정책 추진방향과 중앙입양원의 주요 사업 소개로 시작된 이번 행사에서는 얼마 전 생후 18일만에 미국 가정으로 옮겨갔다가 불법입양 논란에 휘말려 겪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는 K양(생후 7개월)에 대한 사례가 소개됐다.
정부는 K양이 국가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밟아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미국 양부모와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뒤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한 토론의 자리가 이어졌다.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 출생신고와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입양특례법은 절차가 복잡해져 입양이 줄고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은 양육보다 입양을 선택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마치 입양이 원가정 해체의 주범인 것처럼 만드는 여론몰이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굳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다”면서 “이 법의 기본 취지를 유지하되 시급히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 한부모에게 이 법의 적용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홀트아동복지회 역시 뿌리찾기를 위한 아동의 권리 보호는 미혼모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이를 보호할 때 가능한 것이며 유기한다면 입양특례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또 미혼모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4살 때 입양됐고 6년 전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섀넌 화이트씨는 “입양특례법은 지난 60년간 탈법적으로 이뤄진 입양절차의 문제점을 바로 잡았다”면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영아 유기가 증가했다고 하나 이에 대한 통계가 없다”면서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언론에서 ‘베이비박스’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것은 불법이므로 광고하듯이 홍보하면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혼모보호시설인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준비되지 못한 출산을 한 것은 미혼모에게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며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법 집행 담당자들이 이 법의 목적과 입양 절차에 대해 명확히 알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미혼모와 상담할 경우 ‘베이비박스’로 달려갈 위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입양이 성사될 경우 친모의 호적에서 기록이 남지 않지만 파양될 경우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해 미혼모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하며 생모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실명을 공개해 아동의 권리 뿐 아니라 미혼모의 권리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입양부모들은 “우리들이 아이를 뺐어간 것도 아닌데 왜 입양 부모를 매도하냐”면서 “입양이 100분의 1로 줄었는데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면서 고성을 내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