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재의 요구안에 반발했지만 여야의 입장이 다소 엇갈린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택시법의 재의결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가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그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안으로 의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택시법이 지난 대선에서 택시업계 30만표를 얻기 위해 만든 대표적 ‘포퓰리즘’ 법안으로 꼽히는 데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무턱대고 재의결할 경우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23일 라디오방송에서 “택시법은 사회적 합의가 됐다고 본다.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 절차를 밟으니 그제야 호들갑을 떠는 정부 행태는 각성해야 한다”며 “5년 전 이 대통령이 공약한 걸 국회로 돌려보내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고 발끈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대다수는 부정적 반응’이라는 지적에 대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국민 대다수는 인정 안 했겠지만, 택시기사의 열악한 환경 등을 문항에 넣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며 “여야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고 문재인·박근혜 후보도 수차례 공약한 거다. 당초 약속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한다고 해도 현재의 공급 과잉과 비현실적인 요금 구조가 개선되기보다는 대중교통 체계의 혼란과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두고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초강수’를 택한 것도 택시법이 대중영합주의 법안이라는 국민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택시법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재정지원 △총량제 실시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택시지원법)’을 제정, 대체입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3일 재의 요구안을 국회로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