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 다다오 와코엔터테인먼트(일본 고베) 대표는 “가격·성능·디자인 등 어중간한 제품은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아주 저렴하거나 아주 우수한 제품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다치 대표는 또 “이 같은 현상은 수년 전 일본에서도 나타났다”며 “한국 골프채 시장도 비슷한 추세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골프채 시장에는 이 같은 추세를 입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공인(고반발) 드라이버다. 이미 지난 2008년부터 공식대회에서 사용이 금지됐지만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비공인 시장’을 새롭게 형성했다.
박성석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골프숍 매니저는 “룰과 상관없이 비공인 드라이버만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룰 개정(2008년) 이후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마제스티, 혼마, 카타나 등 인기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비공인 드라이버가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대의 양분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의 가격 차이는 극명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골프숍에서 판매되는 드라이버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테일러메이드 롯켓볼즈 RBZ’로 36만원이다. 반면 가장 비싼 제품은 ‘혼마 5스타’로 600만원이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무려 564만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제품은 전부 이 골프숍 매출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석 매니저는 “골프숍의 위치·특성에 따라 매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두 제품은 대부분 매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무난한 가격대로 생각할 수 있는 두 제품의 중간 정도의 가격대 중에는 베스트셀러가 거의 없다.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매니저는 또 “경기가 어려운 만큼 고가의 골프채 구입에 망설일 만도 하지만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은 따로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고가 브랜드가 계속해서 론칭하는 등 VVIP마케팅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이은길 골프로드 골프숍 대표는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양극화가 이루어졌다”며 “고가 골프채 시장뿐 아니라 초저가 시장도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 “중고 골프채만 해도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며 “원하는 브랜드와 모델·사양 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다. 이 대표는 “과거에 비해 깐깐한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예전에는 지인의 권유와 유명 브랜드만을 찾았다면 요즘은 시타를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채를 선택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품의 양극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골프채를 고르는 방법이다. 이 대표는 “어떤 채를 선택하든 선택 방법은 같다”며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충분히 풀고 5회 이상 시타하며, 일발 장타에 현혹되지 않는 등 시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후회없는 선택 비결”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