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미래전략센터와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매판매액 통계에 근거해 지난해 소매시장 규모를 223조~224조원으로 추정했다. 2011년과 비교해 3.4~3.8%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됐던 2008년과 2009년 증가율(5.5~5.6%)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유통업계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두 연구소는 올해 소매시장 규모도 231조~232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팀장은 “올해 유통업계는 경기 불황과 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성향이 뚜렷해지고 인구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가까운 곳에서 소량으로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2013년 유통업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Cheap(저가형 소비)’, ‘Close(근린형 소비)’, ‘China(중국인들의 소비)’라는 ‘3C’를 제시했다.
저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저가형(Cheap) 소비’가 늘고 꼭 필요한 상품만을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근린형(Close)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 소비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한류 열풍 속에 ‘중국(China)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소비가 늘어나 내수 침체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미래전략센터는 ‘2013 유통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한류, 새로운 가족 유형, 오프라인 매장의 전시장화를 의미하는 쇼루밍, 해외 직접구매, 복고 열풍, 가치소비, 경제민주화 등 7개항목을 유통업계의 핵심 화두로 꼽았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직접구매가 늘어나고, 복고 열풍이 가속화되며 아날로그 감성 상품의 인기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저가 상품 선호와 해외명품 소비의 양극화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일단 불황은 소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스키니 열풍은 잦아들고 넉넉한 ‘오버사이즈’가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불황의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으면서 힐링 열풍과 오버사이즈의 귀환은 2013년 패션 트렌드를 대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움에 대한 요구도 끝이 없다.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망치로 깨먹는 독일과자 슈니발렌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명동 노점에서는 슈니발렌 짝퉁이 대인기다.
불황, 새로움에 ‘충동’도 키워드다. 불안감의 해소가 충동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조경식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아무것도 예측이 힘든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어느 순간에 어떤 자극에 의해 변화하는지 살펴야 하고 적절한 자극을 통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