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LP시대 음악의 숲’ 음악 감상실.
엔틱 오디오의 뾰족한 바늘은 검은색 LP(Long Playing) 음반 위 가는 선을 따라 물 흐르듯 미끄러진다. 그리고 미세한 바늘의 움직임은 보드랍고 따뜻한 음색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눈과 귀에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추운 겨울 커피와 함께 은은한 불빛 아래서 듣는 LP 음반의 묘미는 음악 마니아에게 더욱 큰 기쁨을 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기담집’ 중에서 ‘중고 LP음반이 진열돼 있는 선반을 뒤적거리는 것은, 나의 몇 안되는 삶의 보람 가운데 하나이다.’ LP 음반의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복고의 바람과 함께 다시 LP 음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 리마스터링으로 발매한 정경화의 소품집도 보름만에 오백장이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DJ가 음악 감상실에서 신청곡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디지털음원의 보급으로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했던 LP 음반이 추억 속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 온 것 이다.
한 판이 끝나면 일어나서 뒤집는 번거러움, CD(Compact Disc)완 달리 LP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LP 음반이 가진 아날로그적 낭만에 많은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 마니아들이 용산 전자랜드 LP중고음반가게에서 음반을 고르고 있다.
CAMEL, DOORS, BEATELS 등 올드팝이 울려 퍼지는 어느 초저녁 통인동에 LP 음악 감상실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좌석이 꽉 차있었다. 사람 좋은 사장님은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렇다고 했지만 곡을 신청하는 손님들은 음악에 흠뻑 빠져있었다.
용산 전자 상가 2층에 위치한 중고 lp가게는 좋은 lp를 고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클릭 몇번이면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다운 받을 수 있는 세상에, 몇시간이고 lp 음반을 고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DJ가 음악 감상실에서 신청곡을 찾고 있다.
아마도, CD나 MP3음원과는 다르게 LP는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해 그걸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들,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리고 바늘을 올리는 순간까지도 모두가 음악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스마트한 것이라고 추앙받는 시대에, 여전히 LP를 고르고, 닦고, 턴테이블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나즈막히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