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달라붙지 않고 생소한 이 이름들은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리스트 중 ‘일부’이다. 지난해에만 60여팀에 달하는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대중은 이들 중 몇 그룹이나 기억할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아이돌 홍수 속에 신인 그룹들은 단지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할 처지가 돼 버렸다.
지난 3년 사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무려 150여 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몇 백 명의 10~20대 연예인이 탄생한 셈이다.
예전부터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돌 끝물’이란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고 기존 아이돌 그룹도 활발히 활동했지만 지난해를 가요계를 빛낸 이들은 아이돌이 아닌 버스커버스커와 싸이였다. 빅뱅, 소녀시대-태티서, 씨스타 등 대중성을 갖춘 몇몇 기성 아이돌 그룹만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정도였다.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에 신인 그룹들은 온라인 음원차트 100위권 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원 시장이 톱100 위주로 흘러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순위권 밖은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도 없이 잊혀지게 된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 방법이지만 그룹은 많고 프로그램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방송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한 신인 그룹의 매니저는 “애들을 음악 방송에 출연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갖은 방법을 써 봐도 무대에 한 번 오르기 힘들다”고 한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TV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비추지 못한 채 데뷔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활동 중단에 들어간 아이돌 그룹 관계자들은 ‘조만간 컴백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기약은 없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수많은 그룹이 데뷔 시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보이그룹을 데뷔시키고 올해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제작자는 “이미 뽑아놓은 연습생들이 데뷔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시장이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노릴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2013년이 신인 그룹이 탈 수 있는 ‘마지막 열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은 대중 음악 시장에서 가장 매력 있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흥행의 달콤함을 떨칠 수 없어서 계속 아이돌 그룹이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올해도 지난해처럼 신인 그룹이 바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는 물론 또다른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야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