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세태공감] "참 예의없는 MBC"

입력 2012-12-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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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예능프로그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와 월화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멋대로 폐지하면서 시청자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놀러와’는 유재석, 김원희 등 MC들의 인사도 없이 “지난 8년 동안 ‘놀러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한 줄 자막으로 시청자와 이별을 전격적으로 고했다. 25일 ‘엄마가 뭐길래’도 “지금까지 ‘엄마가 뭐길래’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황당하게 막을 내렸다. 두 프로그램의 폐지를 둘러싼 MBC의 처사는 틈만 나면 방송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떠들던 시청자를 철저히 무시한 행태였다.

‘엄마가 뭐길래’는 지난 10월 첫 방송 이후 일일시트콤에서 월화시트콤으로 변경되는 등 이리저리 치이다가 결국 27회 만에 막을 내렸다. 애초 120부 일일시트콤으로 기획됐지만 5%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퇴출된 셈이다. 한 시트콤 프로그램이 그간의 공로도 인정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MBC로부터 팽(烹) 당한 것이다. 유재석과 김원희는 지난 5일 마지막 녹화를 마칠 때까지도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때문에 8년 동안 ‘놀러와’의 안방을 지켜왔던 두 MC는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을 떠났다. ‘놀러와’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반대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지만 MBC는 본체 만체다.

MBC가 프로그램 폐지나 방송시간 변경 등을 둘러싸고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폭풍의 언덕’ ‘남자를 믿었네’ 등 일일 드라마가 기획된 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연이어 조기 종영한 바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최근 종영한 ‘승부의 신’을 비롯해 ‘우리들의 일밤’의 숱한 코너들이 소리 소문 없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 편성과 방송이 아닌 파업사태로 초래된 문제를 일회성으로 면피해보려는 미봉책이었다. 당연히 시청자 외면과 비판이 뒤따랐다. 질 좋은 프로그램과 공정성 있는 뉴스로 시청자를 잡으려는 MBC의노력은 애당초 보이지 않았다. MBC는 시청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MBC의 시청자를 무시하는 최근의 프로그램 편성 행태는 자사 프로그램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방송사의 존립기반마저 스스로 흔들고 있다. MBC는 문제있는 편성 행태로 신뢰도 잃고 시청률도 떨어졌다. 하기야 더 떨어질 시청률도 없지만. 시청자는 MBC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방송사 경영진과 제작진만 모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지난 24일 MBC 특보는 자사의 2012년 광고 추정액을 4929억원으로 발표했다. 1년 만에 1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300% 안팎의 성과급을 지급한 MBC가 올해는 상당폭의 영업적자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170일 이라는 사상 최장기간의 파업 여파가 크다. 그러나 8년 장수도 무색한 막가파식 프로그램폐지와 종영 행태 또한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시청자의 마음은 광고주가 대신할 것이다. 정작 퇴출돼야 할 것은 오랫동안 시청자 곁을 지킨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뢰도를 잃어버리고 작품의 질로 승부하지 않는 MBC 경영진과 제작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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