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경제분야 TV토론… 사안마다 ‘충돌’

입력 2012-12-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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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일자리 등 해법도, 논리도 제각각…“박근혜 선방”, “문재인 호재” 전문가평 엇갈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체 제18대 대선후보들의 경제 분야 2차 TV토론이 10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려 (왼쪽부터)새누리당 박근혜, 통합진보당 이정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토론에 앞서 포즈를 위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10일 경제분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사안마다 충돌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책으로 박 후보는 공정한 시장경제의 확립과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문한 반면 문 후보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재벌 해체를 주장했다.

경기침체 해법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민생지원을,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타계책을 내놓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일자리 대책을 두고는 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설전을 벌였다.

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회가 대선 판세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민주화, 불공정 행위 근절 vs 지배구조 개선 =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데 있어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나 재벌총수의 위법행위 처벌강화,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 등 총론에서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박 후보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을, 문 후보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들은 참여정부 시절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내용”이라며 “출총제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무력화했고, 계열분리명령 청구제도 도입한다고 했다가 철회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순환출자 해소 3년 유예는 3년 후 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건데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새누리당) 김종인 전 수석도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재벌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맞받았다.

문 후보는 “계열분리명령 청구제는 공약한 바 없고 출자총액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한 것”이라며 “박 후보는 지금도 ‘줄푸세’를 주장하는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무엇이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감세는 세율을 낮추자는 것인데 중산층과 저소득층 중심으로 상당 부분 실현됐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받아쳤다.

양측은 재벌개혁 방안을 두고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박 후보는 대기업 집단의 개혁을, 문 후보는 재벌개혁,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재벌해체를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는 재벌해체로 규정하지만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문 후보는 재벌해체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재벌이 개혁돼야 하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순기능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 후보는 “부의 집중구조는 수술이 필요하고 그 수술을 해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도 ‘성장’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 경기침체 대책, 이명박 vs 노무현 프레임 재점화 =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경기침체 대책으로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놨다. 박 후보는 민생지원을,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다. 박·문 후보는 경기침체 원인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 ‘민생실패론’을 제시하면서 대립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 서민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해야 한다”며 “장기 대책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 고통을 해결하고 성장을 살리는 정책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라며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경기침체 원인을 놓고도 설전을 펼쳤다. 문 후보가 먼저 “이명박 정권 민생 실패에 박 후보는 공동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공동 책임이 있느냐고 하는데 지난 5년간 야당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박근혜가 답해라, 박근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박근혜는 이 정부가 불법 사찰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가 가장 심각했던 참여정부에서 중산층 비중은 69%에서 63%로 떨어졌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학등록금은 모두 급등했다”며 “문 후보의 경제정책은 실패한 참여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민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은 이미 2007년 대선으로 충분히 심판받았다”며 “이번 18대 대선은 새누리당이 집권한 지난 5년을 심판하는 선거로 이제는 새누리당이 심판받을 차례”라고 비판했다.

◇ 일자리 창출, ‘늘지오’ vs ‘만나바’ =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도 다양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는 박·문 후보가 입장 차를 드러냈다.

박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현행 일자리를 지키며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대표시정제도와 징벌적 금전보상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수락연설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주창한 문 후보는 “공공서비스에서 좋은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70만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고 상시적 일자리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비정규직 절반감축’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문 후보는 “공공 부문에서 줄일 수 있는 비정규직 수가 적어도 20만명”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또 “비정규직을 대폭 줄이겠다는 건 박 후보도 공약했다”면서 “정규직 전환 실적에 따라 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지원하고 법인세 혜택 등을 주면 이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복지정책, 의료확대 두고 서로 “내가 합리적” = 박 후보와 문 후보는 복지정책의 수준과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의료복지 정책을 하려면 보험료를 14조~20조원 늘려야 한다”며 “이것은 서민들에게 보험료 폭탄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문 후보는 “박 후보의 ‘4대 중증질환’ 공약을 보면 심장질환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질환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데 그것이 합리적 구별인가”라고 맞받았다.

문 후보는 이어 “박 후보의 의료정책은 현재 4대 중증 질환 비용의 15%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고 역공했지만, 박 후보는 “그렇게 시작해서 확대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 후보는 또 “재정 건전성을 뛰어넘는 포퓰리즘은 두고 두고 짐이 된다”면서 문 후보 복지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현실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비효율적인 정부 씀씀이를 줄여 60% 재원을 마련하고 세수 확대로 나머지 40%를 충당해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부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 하고 서민에게 돈 쓰는 것은 왜 비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새누리당과 박 후보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는 비용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복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채택할 때”라고 역설했다.

◇ 박근혜 선방? 문재인 호재? 전문가들 엇갈린 평가 =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론회 평가가 엇갈렸다. “박 후보가 선방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박 후보가 밑천을 드러내 문 후보가 추격의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박 후보가 재벌개혁에 있어 현실성 있는 발언을 했다”면서 “양 후보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의연하게 자기 정책을 얘기하는 등 선방했다”고 박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적 정책이 많았다”며 “재벌이 경제성장을 막았다는 식의 표현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박 후보가 그간 강조해온 민생문제에 대해 밑천을 드러냈다”며 “비정규직 대책 등 추상적인 민생문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인 관점이 전혀 민생 친화적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문 후보에겐 “문 후보는 박 후보와 각을 세울 땐 분명히 세웠고 두 후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포지셔닝을 무난히 소화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이에 비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토론 주제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후보들도 주제에 대한 인식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피상적인 토론으로 다들 비슷비슷했다”고 혹평했다.

1차 토론 당시 박 후보에 대한 인신 공격성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 후보의 경우, 지난번보다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원장은 “이 후보는 재벌과 박 후보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긴 했지만 지난번에 비해선 성숙한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로 인한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자체도 워낙 늦은 데다 후보들의 결정적 실책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각 후보의 지지층 입장에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겠지만 후보간 우열이 가려지지 않아 부동층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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