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공정거래백서’를 통해 최근 5년간 303건(경고 이상)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적발·시정했다고 밝혔다. 이중 26건(8.6%)을 형사 고발했다. 반면 국회 법제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시정명령 이상을 조치한 건수는 1766건이고 이중 검찰에 고발한 것은 30건(1.7%)에 불과하다.
#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이 지난 2009년 3월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듬해인 2010년 9월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이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하 시지남용) 등의 위법 행위에 한해서 전속고발권을 없애는 법을 발의했다. 같은 해 비슷한 법 2건이 더 발의돼 국회에서 심의했으나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 12월 제정된 뒤 이듬해 4월 시행됐다. 전속고발권은 이때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위가 담합·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도 손을 쓸 수 없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소송을 제기하기 힘들다. 그러자 전속고발권이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박근혜 후보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중소기업청장과 조달청장, 국가권익위원장, 감사원장 등에게 고발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고 약속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후보도 중대 범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기술 탈취뿐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까지 확대하고 손해배상액을 최고 10배로 높일 계획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담합·시지남용 행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선별 폐지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법무팀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고발이나 역소송에 속수무책 당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소·고발이 경제 중심에서 형사처벌 중심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법 위반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고소·고발이 남발할 것이라고 우려감도 나타냈다.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행정제재(과징금)를 높이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 인정되면 관련 매출액의 3% 이하를, 불공정행위는 2%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이를 높여 위반행위 억지력을 제고하자는 주문이다.
행정제재와 형사제재뿐 아니라 민사상 제재는 필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즉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을 도입해 민사제재가 갖춰져야 소비자·중소기업의 피해구조가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계약상 하도급 거래 위반 등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 도움말 주신 분 =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성민 국회 정무위원회 입법조사관,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