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시상식에까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열린 두 개의 영화제는 시상식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
지난 10월 열린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상)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 15개 부문의 상을 몰아주면서 논란을 낳았다. 이는 대종상 심사위원단의 문제와 대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문제점을 표면으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대종상 사태에 대해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제작 배급의 수직구조가 드러난 치부라고 평가하며 CJ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자본이 독식하고 있는 영화계의 문제점이 시상식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달 30일 열린 청룡영화상(이하 청룡)은 대종상을 의식하듯 편중되지 않은 시상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선심성 나눠주기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특히 ‘광해’는 10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미술상만 수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은교’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3관왕을, 최우수작품상은 ‘피에타’에게 돌아가며 다양한 작품을 낸 영화인들에게 상이 골고루 돌아갔다. 매년 연말 열리는 영화제의 시상 결과에 대한 의혹과 문제점은 한국 영화제의 권위를 지키기는커녕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는 격이다.
여기에 상업 영화에 편중돼 있는 시상도 영화인들을 불편하게 했다. 대종상에 참석했던 김기덕 감독은 ‘광해’가 상을 독식하자 자신의 수상 직전 자리를 떴다. 청룡상에서는 배우 최민식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가 비주류 영화 감독의 울분을 쓴 소주잔에 빗댄 수상소감으로 상업 영화 일색인 영화계의 현실을 비꼬았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회원들의 투표와 아카데미협회 멤버들의 재투표로 수상작이 최종 결정된다. 수상작(자)에 대한 이견이 적은 편이다. 이는 영화제의 권위로 이어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영화제 수상 결과에 대한 문제점들은 거의 매년 거론되고 있다. 영화제에 대한 논란은 심사위원들에 대한 불신으로 직접 연결된다. 대종상 심사위원들은 14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그런데 영화계 일각에선 이번 영화제가 원로 영화인들, 편파적인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힌 인물과 영화계에 영향력이 별로 없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대종상의 편파 수상을 지적했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는 시상식은 상의 의미 역시 색이 바랜다. 이 때문에 관객과 전문가의 의견이 공정하게 반영된 객관적인 결과가 중요하다. 우리 영화제는 어떤 외압도 작용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단 구성부터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