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헌의회가 29일(현지시간) 새 헌법 초안을 의회 표결에 부치고 승인했다.
이집트 제헌의회는 이날 카이로에서 가진 의회 표결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법의 근간으로 한다’는 조항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 조항은 호스니 무바라크 과거 정권 때도 유지된 것이다.
제헌의회는 ‘이슬람은 국교’, ‘아랍어는 공식 언어’라고 규정한 조항도 의결했다.
전체 234개 조항의 찬반을 가리는 이번 표결에는 제헌의회 의원 100명 가운데 86명이 참가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당초 제헌의회 활동 시한을 내달 12일까지 연장했지만 호삼 엘 게리야니 제헌의회 의장은 “추가 시간은 필요 없다”며 헌법 초안 작성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이 초안이 의회 표결에서 승인을 받으면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비준 절차를 거쳐 15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자들이 과반을 차지한 제헌의회가 새 헌법 초안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아므르 무사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제헌 의회에 대한 분노가 큰 상황에서 헌법 초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권과 기독교 의원 대다수가 제헌의회에서 철수한 채 무슬림형제단 회원과 살라피스트 등 이슬람주의자들이 주축을 이뤄 헌법 초안을 작성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무르시는 이날 오후 새 헌법 선언문을 왜 발표하게 됐는지, 헌법 선언문 발표 이후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전달하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판 파라오 헌법 선언’에 반대하는 이집트 국민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다.
이집트 대법원은 전일 무르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강화한 새 헌법 선언문을 폐기할 때까지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살라피스트들은 내달 1일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살리피스트들이 창당한 알 누르당 대변인은 공식 트위터에서 “토요일 개최되는 무르시 지지 ‘100만인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알 아흐람은 전했다.
야권과 자유주의 세력은 금요일인 이달 30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다시 열 예정이다.
시위대 일부는 1주일째 타흐리르 광장 중심에 수십 동의 텐트를 치고 새 헌법 선언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27일 반 무르시 집회에 대응해 맞불 집회를 연다는 계획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