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전국에서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야세르 알리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무르시 대통령이 구체제를 타파하고 부패 척결을 위해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현재 새 헌법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헌법 선언문은 대통령이 발표하는 제헌 지침이다.
헌법 선언문이 대통령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통신은 전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대통령이 발표하는 법령과 헌법 선언문은 최종적이며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또 대통령은 혁명을 위해 어떤 조치와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사법기구가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이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지난 6월 헌법 재판소가 선거 절차 이유로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한 하원에 해산 명령을 내리는 등 사법기관은 무르시 정권을 견제해왔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경계하는 군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현재 사법기관을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언문은 이런 사법기관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반대파들은 이 헌법선언문이 비상사태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야권을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무르시가 새로운 현대판 ‘파라오’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대는 알렉산드리아와 일부 도시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와정의당 당사에 붙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위대는 ‘무르시는 새 파라오’ ‘더는 새로운 독재자는 없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무르시 지지자들도 시위를 벌였으며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무스리 반대 시위대와 지지자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군경이 배치됐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르시의 행동은 많은 이집트인과 국제사회에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