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할리우드의 최대 권력은 톰 크루즈, 실베스터 스탤론, 브레드 피트, 알 파치노, 니콜라스 케이지, 데미 무어, 마돈나 등 400여명의 스타가 소속된 미국 최대의 에이전시 CAA의 대표 마이클 오비츠였다. 그는 소속 스타를 파워로 활용해 영화 캐스팅에서부터 아카데미 영화상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며 할리우드의 최대 권력자로 군림한 것이다. 기무라 다쿠야를 비롯한 스마프 등 일본 톱스타를 대거 보유한 쟈니스 프로덕션 역시 대중매체들이 비판하는 것조차 꺼려하는 성역으로 자리 잡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쟈니스 프로덕션의 대표 쟈니스 형제 역시 일본 연예권력 그 자체다.
이제 우리 대중문화계 역시 다수의 대형 스타를 소속시킨 거대 연예기획사 혹은 그 대표가 최대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를 잡는 쪽이 이긴다는 냉혹한 논리가 대한민국 연예계를 강타하면서 스타 영입 등 몸집 부풀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 스타 1인이 기획사를 직접 설립해 자신을 다양한 분야에서 상품화해 최대이윤을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 협회 배경렬 이사는 “연예 기획사의 힘은 스타 연예인이 몇 명 소속됐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지닌 대형 연예기획사가 많은 수의 스타를 보유함으로서 대중문화계에 영향력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회사 SM C&C(Culture & Contents)를 통해 강호동 신동엽을 영입한데 이어 이수근 김병만 그리고 배우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이 소속된 ㈜ 에이엠이엔티를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를 하는 한편 배용준 이병헌 등은 연예기획사를 꾸려 적지 않은 스타 연예인을 영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정우성 송혜교 원빈 최지우 송승헌 소지섭 장근석 등은 자신만을 위한 연예기획사를 즉 스타 1인 기획사를 꾸려 자신의 스타파워의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연예기획사의 비약적 발전은 1991년 SBS 등장과 방송사의 탤런트 공채 포기가 계기가 됐다. MBC와 KBS는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교육시킨 뒤 방송사 전속제로 해 연예인을 관리했기 때문에 연예인의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SBS 등장으로 전속제가 폐지되고 탤런트 공채를 하지 않아 연예인 관리와 신인발굴 업무를 연예기획사가 맡으면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1990년대 에이스타스, 싸이더스, 스타서치 등 기업형 연예기획사가 등장했다. 하지만 연예인의 육성과 관리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스타를 활용한 코스닥의 머니게임에 치중해 많은 폐해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대형기획사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한류와 한국 대중문화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00년대 들어서는 김남주의 더 퀸, 서인영의 서인영컴퍼니, 최지우 C콤마 JW 컴퍼니 등 스타 1인 기획사, 2~3인의 스타를 관리하는 소형기획사, 김주역 김지수 한혜진 등 수십명의 연예인이 소속된 나무액터스,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보아 등 대형 한류스타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 싸이 빅뱅 2NE1 구혜선 타블로 거미 등이 소속된 YG 등 대형 연예기획사 등 다양한 형태의 연예기획사들이 스타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의 활동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산업적인 규모에서도 대형화되고 있다. 20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만 SM엔터테인먼트 8784억, YG 5883억, 로엔 3541억 JYP 1141억, 키이스트 73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다수의 스타를 영입해 규모를 키우는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부터 1인의 스타가 운영하는 1인 기획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는 소속 스타만을 활용한 단순한 사업과 권력화작업에 머물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스타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타파워만을 이용해 이윤만을 창출하려는 근시안적인 마케팅이 횡행하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는 이제 스타의 영향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활용해 스타도 발전시키고 연예기획사도 진화해 진정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거듭나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