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면서 처음으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당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뒤늦게 론스타 부담을 떠안게 된 양상이다.
22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론스타는 이날 새벽 미국 워싱턴에 있은 ICSID에 한국 정부를 정식으로 제소했다.
론스타는 소장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한데다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 조치를 취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론스타가 제시한 피해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론스타가 제시한 피해금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5월22일 주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투자와 관련해 손해를 입었다”며 중재의향서를 전달했다. 론스타가 제소한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은 한국 정부에 ISD 방침을 통보한 뒤 6개월간 사전협의를 갖도록 돼 있다.
정부는 론스타의 소송 제기는 향후 3년간 진행될 법적인 공방의 시작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 6개월간 소송에 대비해왔다. TF엔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외교통상부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 측은 론스타가 6개월 시한이 끝나면 바로 제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곧 소송에 임하는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론스타가 한국정부을 정식으로 제소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한 금융위 등의 입장이 크게 난처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앞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당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매각 승인을 하면서 론스타의 제소에 1차적인 책임을 묻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때문에 향후 소송에서 수조원의 피해금액을 물어야 될 경우 금융위가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