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자격을 갖춘 선수는 총 21명이었다. 이들 중 은퇴와 FA선언 보류 등을 이유로 10명이 제외됐고 총 11명이 시장에 나왔다. 결과적으로 원소속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6명이었고 타구단으로 이적한 선수는 5명이었다. FA 신청자가 9명 이상일 경우 타팀 선수를 2명까지 영입할 수 있어 올해 FA시장은 양적으로 풍족했다. 여기에 신생팀 자격으로 FA선수 영입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NC와 류현진의 포스팅으로 약 28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한화가 가세해 FA시장은 과열 양상이었다.
마지막 FA 미계약자였던 롯데 홍성흔이 19일 두산으로 이적했다. 올해 각 팀의 FA영입 성적표에서 NC만 크게 웃었다. LG와 KIA가 나름대로 전력 보강에 성공한 반면 롯데는 전력누수가 두드러졌다. 기대를 모은 한화는 빈 손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NC는 이호준(36)과 이현곤(32)을 각각 SK와 KIA로부터 영입했다. 이호준은 2년간 12억원을 제시한 SK의 제안을 거절하고 3년간 20억원을 주기로 한 NC행을 결정했다. 이현곤 역시 3년간 계약금 3억원 포함 총액 10억5000만원에 NC로 자리를 옮겼다. 36세의 이호준은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NC 타선에 노련함을 더해 줄 중요한 옵션이다. 이현곤 역시 최근 몇 년간 KIA에서 충분한 출장기회를 못 잡았지만 경험이 부족한 NC 내야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LG와 KIA 역시 FA영입을 통해 전력 상승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LG는 삼성에서 FA를 선언한 우완투수 정현욱(4년간 최대총액 28억6000만원)을, KIA는 롯데에서 야수 최대어로 꼽힌 김주찬(4년간 최대총액 50억원)을 영입했다. LG는 정현욱의 합류로 유원상-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라인이 좀 더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KIA는 폭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김주찬의 합류로 외야진에 힘을 보탰고 이용규와 함께 강력한 좌우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하게 됐다는 평이다. LG는 이진영과 정성훈, 2명의 내부 FA를 잔류시켜 전력누수를 막았다. KIA는 이현곤을 놓쳤지만 유동훈과 김원섭을 잔류시켜 이현곤의 빈 자리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두산은 잃어버린 리더 홍성흔을 4년만에 팀으로 불러들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2008년 FA를 선언하며 롯데로 떠났던 홍은 리더 부재에 시달리는 두산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4년 계약을 체결하며 현역 마무리를 친정팀에서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롯데는 홍성흔과 김주찬을 한꺼번에 잃었다. 당장 4번타자를 잃었고 기동력도 현저하게 줄었다. 홍과는 계약기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김주찬과의 협상에서는 ‘49억원 제시’설까지 나왔지만 결국 1억원 더 많은 50억원을 제시한 KIA에 핵심선수를 내주며 팬 심(心)까지 잃었다.
올시즌 FA를 선언한 11명의 선수들은 이른바 ‘FA미아’없이 원소속구단 혹은 타구단과 모두 계약을 맺었다. 이들 11명의 계약액만 242억5000만원이다. 역대 최고액이 오간 FA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내년 시즌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끝판왕’ 오승환을 비롯해 장원삼(이상 삼성), 정근우(SK), 윤석민, 이용규(이상 KIA), 여기에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롯데) 등이 내년 FA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