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화가 홍성담씨가 그린 ‘박근혜 출산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19일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그림 전시를 기획한 한홍구 평화박물관 이사는 오히려 “우리가 박근혜 후보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문제의 그림은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작품으로, 박 후보가 출산을 한 아이가 탯줄을 단 채 선그라스를 끼고 있고, 의료진이 아이를 향해 거수경레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평화박물관은 유신 40년을 맞아 공동기획한 6부작 전시 ‘유체이탈(維體離脫)’ 중 3부 ‘유신의 초상’에 홍씨의 캔버스 유채 작품인 이 그림을 전시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선대위회의에서 “민중미술가라고 하는 홍 화백이 그린 그림이 여성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수치심을 일으키고 있다”며 “여성들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을 비하하면서 박 후보를 폄훼한 그림을 내건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실장은 “예술은 예술이어야 한다. 예술이 정치수단화가 돼 사용되면 예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는 과거 나치시대 선동 정치를 펼쳐 유대인을 학살한 괴벨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대위는 박 후보와 여성 국민을 대표해서 홍씨의 그림에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예훼손은 성립이 안 된다”며 “그쪽(박 후보 측)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면 그 다음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는 특히 “약간 논란이 될 순 있겠다는 생각은 했고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우려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박 후보 측이) 기분 나쁘면 소송을 걸겠지만 전혀 문제시될 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제의 그림에 대해선 “우리는 유신의 부활이라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유신체제 부활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싶었다”며 “유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강력히 전달할지 논의했고 작가가 형상화과정에서 그런 그림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후보 측에 사과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유신에 대해 우리가 박 후보의 사과를 받아야지 우리가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