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를 끝낸 송중기는 지치기는커녕 한결 밝아보였다. 강마루가 워낙 감정 표현을 감추는 인물이었던 탓에 캐릭터를 빠져나온 그는 오롯이 송중기로 돌아온 듯 보였다. 속단이다. 인터뷰 중 ‘착한남자’를, 강마루를 그리고 서은기(문채원)와 한재희(박시연)를 이야기 할 때마다 순간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만큼 강마루는 연기자 송중기에게 특별했다.
“마루를 연기하면서 감정이 많이 북받쳤어요. 극중에서 마루는 좀처럼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재희에게 마음이 끝났다고 말 할 때도 밖에 나와 혼자 울던 녀석입니다. 그런 마루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내레이션이었어요. 내레이션이 마루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만큼 담담하게 하려고 애썼어요. 감독도 그것을 요구했고 나의 바람도 일치했죠.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 격정적인 장면일수록 화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었거든요.”
애초 ‘착한남자’가 시작할 때 우유 같은 이미지의 송중기가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를 오가는 다중적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뜬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우려를 불식시킨 그는 이 작품으로 단연 핫(hot)한 스타가 됐다. 여기에는 연기자 송중기의 부단한 노력이 동반됐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나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는 있었어요. 차태현 선배가 ‘니가 진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나를 잘 알잖아요. 진지한 연기에 대한 나 자신은 믿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이미지를 대중이 받아들여 줄 수 있을지는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마루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어요. 작가와 의견 교환도 많이 하고, 매 현장에서 감독, 상대 연기자와 열심히 상의해서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다듬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남자’는 송중기에게 어려운 작품이었다. 이경희 작가 특유의 대사도 어려웠지만 10여 년의 시간을 뛰어 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다.
“아직 내가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시점이 일곱 번 바뀌었거든요. 시점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다음에 시점 바뀌는 드라마를 또 하게 되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강마루의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영진위 사이트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감정을 다잡으려고 애 써야 했어요.”
사람인지라 좋은 일 앞에서 웃을 수밖에 없었던 송중기는 이제 한 템포 쉬어가려고 한다. “인기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잠시 여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분간 송중기를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아쉬워하지는 말자. 2012년이 발굴한 보석을 잠시 쉬게 해주는 것도 팬 된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