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와 감독당국에 따르면 정치인 펀드는 이름에 펀드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개차입이다. 선거자금의 공개차입은 증권 관련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으로 규제되는 금융상품 펀드(집합투자기구)와는 다르다.
펀드는 두 명 이상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해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해 이익이나 손실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투자기구를 말한다.
하지만 정치인 펀드는 공개차입한 자금을 바로 쓰는 형태기 때문에 펀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유사 펀드 모집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불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공모하는 것과 투자금에 대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정치인 펀드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정식 펀드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된 사업자가 아닌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개인 이름을 내건 펀드의 모집이 계속 늘어난다면 다른 변칙적인 공모펀드 사업자도 생겨나 처벌 기준이 애매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정치인 펀드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18대에 첫 등장한 대선 펀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등장한 총선과 지방선거용 펀드보다 자금과 참여자 면에서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원금을 보장하고 초과수익을 약속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원금 보장과 초과수익을 명확히 약정했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공개 모집한 경우라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수신행위는 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 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같은 원칙대로라면 최근 출범한 안철수펀드와 문재인펀드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양쪽 모두 금리가 정기예금 수준인 3.09%에 불과해 초과수익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하루만에 55억원을 모았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펀드 출시 7시간만에 50억원 가까이 모금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 펀드는 국민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보완대책을 마련해 좋은 취지를 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