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취임하는 새 대통령을 위해 4조원 안팎의 ‘신임대통령 예산(New President Budget)’을 만들자는 민주통합당의 제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3조~4조라는 규모는 너무 크다”며 “현행법상 따로 이어마크(earmarkㆍ특별책정)해서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비축해두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법체계 상으로나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마크는 자금 따위를 일정한 일에 쓰기 위해 모아 놓는 일 또는 그 자금을 의미한다.
박 장관은 또 “정치권에서 그런 용어가 있어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권 요구를 고려해 차기 대통령의 비전을 담을 공간이나 여력이 있는지는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최근 내년 정부 예산안(342조여원)의 1% 수준인 3조~4조원을 예산안 심사 때 따로 떼어 새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자고 제안했다. 차기 대통령의 공약실현을 위한 일종의 예비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통령에게 세부 비목(費目)이 지정되지 않은 뭉칫돈을 주자는 건 국회 스스로 예산심의권을 포기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예산이 필요하면 차기 대통령이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차기 대통령 몫의 전용예산 별도 편성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직접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