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영화 실미도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국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1년 앞서 ‘1000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2002년 국내 초고속 인터넷 가입 가구수는 1000만을 돌파하며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 해를 기점으로 한국은 바야흐로 ‘인터넷 강국’으로 떠올랐다. 인터넷 보급 확대에 따라 포털들도 전성기를 맞이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한국은 여전히 인터넷 강국이다. 하지만 포털의 전성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낙오자는 죽는다”라는 실미도의 대사처럼 야후, 파란, 프리챌 등 1세대 포털들이 사업을 철수했다. 네이버, 다음 등 생존한 포털들도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들은 낙오되지 않고 과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웹의 시대는 끝났다…모바일을 공략하라 =“언뜻 들은 노래인데 여자가 웃음소리를 내고 댄스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노래 제목을 알고 싶어요.”
지난달 6일 ‘지식인’ 서비스에 1억 번째 질문이 올라왔다. 지식인 서비스는 네이버가 2002년 선보인 웹 서비스로 네이버를 일약 ‘스타 포털’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모바일로도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올라온 1억 번째 질문은 ‘모바일 지식인’을 통해 등록됐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들은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웹의 주도권이 모바일이 넘어가면서 모바일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존 웹에서 선보였던 모바일 검색, 웹툰 등의 서비스를 모바일로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 강화를 통해 광고 노출 개수를 늘리고 광고주를 확대해 새로운 수익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재팬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선보였다. 라인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23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했으며 지난달 7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라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해도 한 달에 30억원가량 된다. 네이버는 마케팅과 콘텐츠 강화를 통해 올해 안으로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앱스토어 서비스를 공개하며 애플 앱과 안드로이드 앱을 동시에 검색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 앱스토어와 연계해 웹 기반의 소셜게임에 주력하던 네이버 소셜게임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다음 또한 모바일 사업을 재정비하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특히 다음은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모바일 플랫폼사 디엔에이(DeNA)와 손잡고 ‘다음 모바게’를 론칭하며 모바일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다음은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안드로이드와 iOS, 삼성의 운영체제 바다 등 다양한 운영체제(OS)로 출시하며 다양한 기기의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아담’을 통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 광고 시장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주력 사업은 없다”…사업 다각화 = 포털들은 유선 웹이라는 기존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각종 사업들에 손을 뻗치고 있다.
네이버는 부동산·컴퓨터 백신·온라인 쇼핑몰 등의 사업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개형 인터넷 쇼핑몰 ‘샵N’ 서비스에 들어갔다. 또한 가격 비교 사이트 개설, 개인용 무료 백신 프로그램 출시, 부동산 정보 사업 실시 등의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고 NBP라는 광고 대행 자회사를 설립, 직접 광고 영업에도 뛰어들었다.
다음의 경우 스마트TV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뛰어들면서 수익 창출 다각화에 나섰다.
다음은 지난해 3월 가온미디어, 크루셜텍과 공동으로 자회사 ‘다음티브이’를 설립해 국내 포털 최초로 스마트TV 플랫폼 ‘다음(Daum) TV’를 출시했다.
일반 TV에 셋톱박스만 장착하면 스마트TV로 변신해 PC처럼 웹 사이트를 이용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스마트TV 셋톱박스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또한 케이블TV사업자(SO)인 CJ케이블넷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케이블TV에 TV검색 서비스를 론칭하며 플랫폼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포털들의 사업 다각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어서 모바일 관련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부문을 다각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연관 산업이 아닌 부분 사업에 진출하면서 관련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