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4일 야권 최대 텃밭인 호남에서 조우해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원불교 제14대 장응철 종법사 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후보는 취임식 행사에 앞서 장 종법사와 각각 접견을 한 뒤 한 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장 종법사가 두 사람의 손을 한 곳에 모아 포즈를 취하자 누군가 “(종법사가) 단일화 중재하는 것 같다”고 했고 이에 문 후보는 “단일화를 꼭 이루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주위에서 “안 후보도 한 마디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이렇게 두 사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이 좋아하는데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큰 은혜 입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이후 행사장인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축사를 했다. 앞줄에 나란히 앉은 두 후보는 축사하기 전 종교는 무엇인지, (출마 이후)종교지도자들은 만났는지 등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앞서 안 후보는 장 종법사와 가진 차담에서 “시대정신과 원불교의 정신이 관통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많이 알지는 못 하지만 물질문명과 정신문명과의 조화, 그리고 강자와 약자 간의 조화, 지금 아마 전 국민이 원하는 것도 그런 정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라고 해서 지금 복잡하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 원불교 교리에 기반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장 종법사는 “평범하신 가운데 비범하신 모습을 보여주셔서 훌륭한 분 나오셨다. 세계 모든 나라가 평등은 영원히 오기 어려운 숙제지만 지도자는 계속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림이 그려진 족자를 선물했다.
(전북 익산=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