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시니어 잡' 시각을 바꿔라"

입력 2012-10-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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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퇴직한 심(58세)모씨는 회사에서 제안한 경영 자문역을 거절하고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재무 상담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에 남으면 계속 100만 원 정도의 월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심 씨의 부인은 회사의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심 씨는 그 자리를 거절하고 봉사활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더 이상 매일 회사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며 “일주일에 2~3일 정도 나가는 봉사활동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사회참여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2010년)에 따르면, 노후에도 여전히 주 5일 풀타임 근로를 희망하는 베이비부머가 31.1%였다. 반면, 주 5일 파트타임 근로 또는 주중 2~3일 풀타임 근로 등 보다 유연화된 파트타임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68.9%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고령자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주된 목적은 소득창출이라는 생계형 이유가 많지만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 이후에는 일을 통해 봉사하고 보람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미 고령 취업자의 38.6%가 ‘일하는 즐거움’을 취업의 이유로 꼽아 노후의 생활비 마련을 위한 ‘생계형 이유’(53.1%)에 이은 주된 원인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에 맞는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 은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젊은이와 경쟁하기보다 노인들만의 장점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활발하게 만들어져 보급되고 있다. 은퇴자에게 적합한 시니어 잡(Senior job)이란 “성숙하고 특화된 분야면 좋고, 6개월에서 2년 안에 집중적인 교육으로 가볍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젊은이가 선호하지 않는 분야의 일”이라고 한다. 교육 분야를 예로 들면, 젊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교사역할을 하고, 이들 교사를 지원하면서 교과서를 개발하고 계속 수정해나가는 업무는 시니어가 담당하는 식이다. 성인대상 교육기관이나 단체들 역시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시니어를 고용해서 업무를 추진한다.

은퇴자에게 시니어 잡을 보급하고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시빅재단은 은퇴자가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를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건강 분야, 환경 분야, 정부 분야, 교육 분야, 비영리단체 분야가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건강과 교육 분야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니어 잡에 대한 논의를 보면 다소 혼란스럽다. 우선 대다수가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면 청년 실업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정부나 전문가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노인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제한된 범위에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젊은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시니어만의 창의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노후에 지역사회로 돌아간 뒤 비영리민간단체(NPO) 등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는 일자리가 활성화되고 있다. 은퇴 후 일자리를 준비하는 사람도 기존의 전통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후 일자리는 부족한 생활비를 채워주는 동시에 자아성취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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