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모두 재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폐지에 공감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은 참여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치권 단골 메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업 눈치만 보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어 왔다. 공정위 개혁을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전속고발권은 일반 시민이나 주주, 소비자들에 의한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1996년 도입됐다. 하지만 재벌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밝힌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1990년, 모 재벌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판정했는데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고발해도 기소가 되지 않는데 왜 우리만 인심을 잃게 고발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며 “공정위의 책무는 불법이 확인됐으면 마땅히 고발하는 것인데 그런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이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아니면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그에 대해 아무런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공정위가 현재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전속고발권은 존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공정위의 의지가 부족했는지, 재벌그룹에 대한 두려움에서 못한 것인지 제 기능을 못해 왔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한목소리다.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시장의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위가 제 구실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했는데,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두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 캠프 홍석빈 정책부대변인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혔듯 공정위가 공정거래나 정책 등을 조율하는 기관인데, 현실적으로 전속고발권의 제도적인 모순이 있고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내지는 개선이라는 입장인데, 11월초 발표하는 공약집에 공정거래나 규제 등과 관련한 구체적 공약이 들어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개선안을 내놨다. 중대범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대신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캠프 경제민주화위원회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전속고발권을 중대범죄에 한해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단순히 법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사정을 감안해야 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며 “중대범죄란 형사처벌이 되는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행위 기업에 대한 과징금 수준을 대폭 높이고 불법행위를 지시한 경영진과 이에 가담한 직원에 대해서도 벌금과 징역형 등 형사상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검경의 수사권 남용을 우려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때문에 악의적인 의도를 포함한 무분별한 소송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의혹만 갖고 검찰·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