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A구에서 파지를 주워 팔면서 생활하고 있는 이모(58·여)씨. 그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아들의 소득이 정부의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배제됐다.
# 서울 G구에 사는 양모(45·여)씨는 형편이 어렵지만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위해 교육환경이 좋다는 곳으로 이사 왔다. 하지만 학습준비물을 비롯해 부대비용과 등록금 마련이 힘들어 가사도우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시민이면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할 복지기준을 담은 ‘서울시민복지기준’을 마련해 22일 발표했다.
서울형 기초보장제인 서울시민복지기준은 시민생활과 밀접한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의 5대 영역별로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담았다. 최저기준은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보장할 기준으로, 적정기준은 최저기준을 넘어 질 높은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했다.
시는 신규 36개와 기존 66개를 포함해 모두 102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중 59개 중점사업을 마련해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하고 적정수준까지 나아가도록 지원한다.
우선 ‘소득분야’의 최저기준은 ‘서울시 특성에 맞는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들을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등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기준을 완화해 비수급 빈공층 19만 명에게 기초생활수급자의 50% 수준의 생계급여를 지원한다.
시는 아울러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기로 했다. 2018년까지 청년일자리 1만5000개, 여성일자리 2만7000개, 지역공동체 중심의 노인일자리 10만개를 확충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주거분야’의 최저기준으로는 ‘임대료 비중이 소득의 30%가 넘지 않도록 지원하고 주거 공간을 43㎡ 이상 확보하는 것’으로 정했다. 시는 2020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주택재고의 10%까지 확충한다. 2018년까지는 주거와 휴먼서비스가 결합한 노인·장애인 지원주택 1500가구를 공급한다.
이어 ‘돌봄분야’의 최저기준은 ‘가구소득의 10% 이내의 지출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책정했다. 이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을 동별 2개소 이상 배치해 2020년까지 전체 어린이집의 30%를 넘도록 확충키로 했다.
보육료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어린이집 이용자 부담액 상한선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추가비용 지불로 인한 양육 부담을 해소할 계획이다. 시는 내년부터 노인들이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을 100% 지원키로 했다.
시는 ‘건강분야’의 최저기준을 ‘경제·지리적 장벽 때문에 필수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인구 5만~10만명에 1개씩 보건지소를 설치해 걸어서 10분 이내에 보건지소를 이용토록 할 방침이다. 내년에 10곳이 추가로 설치된다.
서울의료원에 ‘환자안심 병원’도 시범 운영한다. 2014년까지 야간이나 휴일에 집 근처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휴일 진료센터 100곳을 운영키로 했다.
시는 ‘교육분야’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 보장된 교육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저기준으로 마련했다. 초·중등 수익자부담경비 제로화를 추진한다. 2014년까지 초·중학교 전체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평생교육을 확충하기 위해 지역 교육장을 확대하고 2018년까지 600개의 사이버강좌를 운영해 성인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시는 앞으로 최저소득기준 보장율·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자살률 등 5대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지표를 지속 평가하고 관리키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복지 분야에 투자,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늘려 위기의 빈곤층을 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궁극적 목표”라며 “전국 최초로 복지의 기준을 설정한 만큼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복지수준을 향상시킨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편 시는 복지기준 현실화를 위해 내년에 88개 사업에 1조621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2012년에 비해 3580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2014년에는 3조8000억원, 2018년에는 4조400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