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이 3년간 늘린 계열사는 포스코 고위 퇴직임원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퇴직임원이 재직 중인 계열사는 전체 71개사 중 34개로 절반가량이다. 또 포스코에서 퇴직 이후 자리를 옮긴 계열사 임원 수는 34개사 전체 등기 임원 171명 중 68명으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등 주력사의 퇴직 임직원 15여명은 현재 신규 계열사 10곳의 임원으로 다시 선임됐다. 지난 3월 포스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최종태 전 포스코 사장은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이동희 전 포스코 사장은 지난 2010년 2월 임기를 만료한 후 같은 해 10월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허남석 전 포스코 부사장도 포스코ICT, 포스코엘이디, 포뉴텍 등 총 3곳의 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 전 부사장은 2010년 2월 포스코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3월과 9월 그리고 2011년 8월에 순서대로 계열사 임원에 선임됐다. 포스코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김상영 전 부사장은 올 3월 퇴임 후 포레카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진일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권영태 포스코P&S 대표이사 등 2명도 모두 올해 3월 중순까지 포스코 부사장을 역임한 뒤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된 케이스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그룹 경영실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준양 회장이 취임 후 인수한 신규 계열사인 포뉴텍, 포스코엘이디, 포스그린, 포스코에이에스티, 포스하이메탈, 신안에너지, 포스하이알, 포스화인, 피에스씨에너지글로벌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이며 나인디지트는 적자를 내고 있다.
포스코에서 현재 재직 중인 고위임원(등기임원 제외)은 58명이다. 이들 중 11명을 제외한 47명의 임기는 내년 3월 중순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단기간에 계열사가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철강 사업에 집중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직 계열화의 일환”이라며 "퇴직 임원들의 신규 계열사 임원 재선임은 전문성 확보 등에 따른 계열사들의 이사회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