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주요 20국의 경기동향을 종합한 타이거지수를 통해 세계의 경제 회복이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연말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불안하고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은 경착륙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흥시장 정도가 활력을 보이고 있다지만 유럽을 비롯해 일본 경제는 여전히 죽을 쑤고 있는 양상이다. 5회에 걸쳐 주요국 경제를 긴급 점검한다.]
① 돈 풀어도 안 먹히는 미국...재정절벽 공포까지
② 유럽, 해법 없는 재정위기...결국 유로겟돈 오나
③ 힘빠진 중국...커져가는 경착륙 공포
④ 리더십 없는 일본, 총체적 난국
⑤ 그래도 믿을 건 신흥시장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이 재정위기 사태 속에서 3년 동안 헤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무제한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회원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로겟돈(Eurogeddon)’ 공포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와 스페인과 공황을 합친 ‘스페닉(Spanic)’ 등의 공포가 퍼지면서 기업들은 주요국의 유로존 이탈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주력하고 있다.
중채무국인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는 구제금융을 요청했거나 신청이 임박한 상황이다.
유로존의 실물경제 역시 총체적 난국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은 지난 달 유로존의 부채위기로 인한 침체 리스크 및 저성장이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언스트앤영은 내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0.4%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은 마이너스(-)0.5%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고용은 물론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거시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언스트앤영은 경고했다.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유로존의 실직자 수는 2014년 1분기 1920만명에 이르면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이 맞는다면 유로존 전체 인구 100명 중 12명이 일자리 없이 놀게 되는 셈이다.
재정위기 사태의 시발점인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각각 26%와 27%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들 역시 2016년 말까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투자를 늘리기 힘들 것으로 점쳐졌다.
ECB가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계속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에르메스펀드매니지먼트는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지팡이’가 있더라도 유로존 국가간의 경제 규모 차이로 인해 역내 근본적인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유로존 사태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 여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이탈리아 또한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자국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가 커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EU가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존의 연쇄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유로존은 결국에는 붕괴될 것이고, 앞으로 수년 안에 2~3개 회원국이 블록(유로존)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설명: 유로겟돈(Eurogeddon)
유로(Euro)와 세계 종말에 있을 마지막 전쟁의 장소인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신조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등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