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주요 20국의 경기동향을 종합한 타이거지수를 통해 세계의 경제 회복이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연말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불안하고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은 경착륙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흥시장 정도가 활력을 보이고 있다지만 유럽을 비롯해 일본 경제는 여전히 죽을 쑤고 있는 양상이다. 5회에 걸쳐 주요국 경제를 긴급 점검한다.]
① 돈 풀어도 안 먹히는 미국...재정절벽 공포까지
② 유럽, 해법 없는 재정위기...결국 유로겟돈 오나
③ 힘빠진 중국...커져가는 경착륙 공포
④ 리더십 없는 일본, 총체적 난국
⑤ 그래도 믿을 건 신흥시장
미국 경제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위협적인 요소가 산적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주택 시장은 서광이 비치고 있지만 고용시장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 20대 도시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 지수는 7월에 전년 동기보다 1.2% 올랐다. 계절 조정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8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무려 13% 줄며 2009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같은 달 개인소비는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식료 및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가처분 소득은 1년 만에 감소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에서 1.3%로 하향 수정됐다.
그나마 지난 5일 발표된 9월 실업률은 7.8%로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8% 밑으로 내렸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업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트위터에서 “믿기 어려운 숫자다. 시카고 출신들(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토론이 안 되니 수치를 바꾼다”며 실업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일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실업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2일(일주일 평균치) 조사 결과 오바마와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49% 대 45%였으나 5일엔 49%대 46%로 롬니 지지율이 상승하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은 ‘재정절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경제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정권의 역량이 대선에 쏠려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는 재정절벽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절벽이란 정부 지출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돼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히는 현상을 말한다.
민주·공화 양당이 지출을 어디서 얼마나 줄일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초 1조2000억달러의 재정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된다.
이 경우 나랏빚은 줄지만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돈줄을 죄고 시중에 풀어야 할 돈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게 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는 것.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역시 지난 7월 의회 증언을 통해 “재정 절벽이 현실화하면 이에 따른 부담 증가액은 미국 GDP의 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 발발 이후 미국의 경기 부양을 주도해왔다.
지난달 3차 양적완화를 결정함으로써 이미 비장의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플레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와 대선 놀음에 연준이 장단을 맞췄다는 비판만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