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 최종일. 최경주(42·SK텔레콤)가 특유의 묵직한 걸음으로 18번홀에 들어서자 국내 골프팬의 환호가 이어졌다.
모자를 벗어 환호에 일일이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6개월만에 국내 무대에 나선 최경주는 곧 우승이 품에 들어온다는 희열보다 자신이 주최한 대회를 방문한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감격스러움이 더 큰 듯 보였다.
최경주는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7152야드)에서 끝난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총상금 75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배상문(26·캘러웨이), 장동규(24)를 2타차로 따돌리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열었던 두 번째 대회였고 주최자였던 최경주로서는 대회에 집중할 여력이 거의 없었다. 소음 없는 대회에 이어 담배연기 없는 대회를 만들었던 최경주다. 지난 해에 이어 갤러리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고군분투 했던 최경주는 ‘선수들만 쫓아가자’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후배 선수들을 위한 대회로 배려했다. 지난해 실수로 우승했다. 올해는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말한 그였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달랐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였고 최경주는 날카로운 샷을 앞세워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작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때의 감각을 되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 때 사용했던 골프클럽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시즌 경기를 하면서 뭔지 모를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좋았을 때 느낌을 살려 다시 돌아가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플레이어스 때 우승했던 미우라 아이언과 퍼터를 선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느낌도 좋아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우승을 하게 됐다”라는 우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이 한번 클럽을 선택하면 좀처럼 잘 교체 하지 않는 것과 달리 프로가 된 이후에도 잦은 클럽 교체를 시도한 최경주다. 하지만 플레이어스를 비롯해 이번 대회까지 우승을 이루면서 다음시즌에는 더 이상 교체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최경주는 자신의 골프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보고(See), 느끼고(Feel), 믿는다(Trust) 등 세 가지가 이어져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본대로, 느낀대로 스윙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믿었다고 전했다. “경기 중 극도로 중압감이 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간의 훈련에서 했던 것들이 잘 발휘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승상금 전액을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우승을 하든 안하든 상금은 모두 기부하려고 생각했다. 돕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책임감이 생긴다. 나로 인해 어려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샷 한 샷에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라고 말한 최경주다.
그런 최경주이기에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작정 후배들이 찾아와도 그의 집 방 한 칸을 내어주는 따뜻한 선배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뛰고 있는 홍순상(30ㆍSK텔레콤)이 지난 2010년 12월 골프가 뜻대로 되지 않자 무작정 최경주가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후배의 용기를 높이 산 최경주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2달 여간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왔다. 현재 홍순상은 최경주와 함께 그의 재단에서 함께 나눔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 타차로 준우승에 머문 배상문(26ㆍ캘러웨이)과 찰리 위(30ㆍ타이틀리스트) 등도 경쟁자가 아닌 선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최경주가 우승 퍼트를 넣자 기다리고 있다 샴페인 세례로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한편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CJ그룹은 대회장을 찾은 1만2500명의 갤러리 1명당 1만원을 적립, 1억2500만원을 2016년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으로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