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에 교수 500명 북적 “캠퍼스엔 교수없고 학생만…”

입력 2012-10-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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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지는 ‘폴리페서’ 논란

대통령선거 후보 캠프에 대학교수들이 몰려들고 있다. 캠프의 요직에서부터 자문단에 이르기까지 공개된 인원만 150여명에 달한다. 공개되지 않은 인원까지 모두 합치면 5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된 폴리페서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정점에 이른 듯 보인다.전문 지식을 가진 학자집단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정책의 이론적 뒷받침을 해 준다는 긍정론과 학문적 지식의 한계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다. 여기에 너도나도 정치판으로 옮겨가면서 상아탑에 교수는 없고 학생만 가득하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웬만한 대학교 교수 숫자와 맞먹어 = 이번 대선에 자천타천으로 참여하고 있는 폴리페서는 최대 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웬만한 서울의 종합대 교수 숫자와 맞먹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 내 정책을 담당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추진단의 핵심 요직은 대부분 대학교수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 위원장은 문용린 서울대 교수이며, 경제민주화를 제외한 경제분야를 담당하는 힘찬경제추진단 단장은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다.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은 박명성 명지대 교수, 편안한 삶 추진단은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지속가능국가 추진단은 옥동석 인천대 교수, 방송통신추진단은 윤창번 카이스트 교수가 책임지고 있다. 이들 외에도 국가미래연구원, 비공개 자문교수 등을 모두 포함하면 150~200여명 가량의 교수단이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는 경선 때부터 가동하고 있는 담쟁이포럼 소속 학자들이 대부분 옮겨왔다. 담쟁이포럼에는 대략 130여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공개된 규모로는 단연 으뜸이다. 비공개 자문교수 그룹까지 포함하면 150여명의 교수가 문 후보를 돕고 있다.

캠프에서 활동하는 교수출신으로는 남북경제협력위원회에 문정인·김기정 연세대 교수, 이수훈 경남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가 포함됐다. 복지국가위원회에는 이혜경 연세대 교수, 김경희·김연명 중앙대 교수,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 문진영 서강대 교수가 활동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위원회에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 김재현 건국대 교수, 박수근 한양대 교수,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건범 힌신대 교수, 이의영 군산대 교수, 장세진 인하대 교수, 홍장표 부경대 교수 등 가장 많은 교수출신이 포진해 있다.

포럼을 통해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참여하면서 중량감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정치혁신포럼을 책임지고 있고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 정재승카이스트대 교수, 박원암 홍익대 교수,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윤영관 서울대 교수,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등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비공개 자문교수 그룹까지 포함하면 역시 150여명에 달하는 폴리페서가 활동하고 있다.

◇ 왜 교수들인가?=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폴리페서 현상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심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캠프나 인수위 등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에게는 한 자리도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캠프 때부터 눈도장을 찍어야 정부 출범후 청와대든 행정부든 국회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캠프가 공직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또 다른 대학의 교수는 “주도적으로 참여하진 않더라도 캠프에 이름을 올리면 다음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캠프로 옮겨가는 교수가 너무 많은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폴리페서가 양산되는 것은 각 캠프가 쇄신을 이유로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교수들이 현실정치와는 괴리감이 있지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없애는 데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창 학기 중에 정치권으로 옮겨 가는 교수들 때문에 강의나 연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사립대 학생은 “교수님이 대선 캠프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의가 부실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폴리페서가 급증하면서 정치권 내에서도 자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려면 사직하도록 만드는 일명 폴리페서 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교수의 잦은 정무직공무원 임용으로 안정적인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학생들의 수업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무직 공무원 선임이나 선거때마다 폴리페서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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