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의 최대 화두는 역시 경제였다. ‘이투데이’가 각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전해들은 추석 민심 중엔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가장 많았다. “정치 얘기로 시작해서 결국 경제 얘기로 끝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악화는 고스란히 여당 몫으로 떨어졌다. 여야 지지가 갈려 있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강원과 TK(대구·경북)에서, 민주통합당은 호남과 제주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안 후보에 대해선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논란 등 몇 차례에 걸쳐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큰 이슈나 변수가 되지는 않고 있다는 게 다수 의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국민들이 언급한 정치권 최대 이슈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여부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대다수 사람들은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박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기 = 수도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새누리당에 우호적 분위기가 다소 사라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침체 뿐 아니라 박 후보 주변에서 벌어진 각종 비리 의혹들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김성태(강서을) 의원은 “대선이 얼마 안 남아 정치권은 바쁘고 신경이 예민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든 데 무슨 호들갑이냐’ 하는 분위기가 많다”면서 “대선은 좀더 지켜보려고 하는 정서가 확연하다”고 전했다.
유일호(송파을) 의원은 “우리 지지자들 중에선 ‘너희 정신 차려야 한다’는 말도 많고, ‘웬만큼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며 “열성 당원들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왜 내부에서 일이 터지는 지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교체’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신계륜(성북을) 의원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건 모르겠는데 새누리당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건 확실한 분위기”라고 했다. 유인태(도봉을) 의원은 “단일화되면 야권이 이기고, 안 되면 박근혜 후보가 이길 거라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비우호적인 민심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경기 북부 지역도 마찬가지다.
파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경제가 나쁘다고 걱정들을 많이 한다”며 “박 후보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똥물 튀기는 사람들 뭐냐고 말도 한다”고 했다.
민주당 최재성(남양주갑) 의원은 “이번에 (지역을) 꽤 돌았는데 체감경제가 심각한 수준이니까 서민경제에 대한 절망적 토로가 많다”며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인물) 선호도를 떠나 이 정권과 같은 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 =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민심이 달랐다. TK에서는 여전히 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지만, PK는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경북 구미을의 김태환 의원은 “박근혜 후보 걱정하는 얘기가 많다”며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서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 해달라’고 당부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경남 분위기는 복잡하다. 새누리당 이주영(경남 마산·창원합포) 의원은 “지역 재래시장 8군데를 돌고 지인들에게도 인사를 했는데 우리지역은 대체로 박근혜 지지가 높다”면서 “그래서 ‘연말에 단단히 해라’, ‘잘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어라’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민홍철(김해갑) 의원은 “추석 물가민심이 안 좋다. 지난해 대목보다 훨씬 못하고 전통시장 4곳 모두 아주 살기 어려워졌다”면서 “상당히 보수적이었지만,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문재인 후보 등 야권 후보가 잘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호남·제주 = 호남과 제주는 새누리당에 단 한 석도 내주지 않은 민주당의 전통 텃밭이지만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야권 후보 단일화였다.
우윤근(전남 광양·구례) 의원은 “우선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문 후보 쪽으로 해야 안정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관영(전북 군산) 의원은 “현재 안철수 후보 지지 세력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 후보가 공식 활동하면서 집권 시 당과의 긴밀한 협조관계, 특히 집권했을 경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면 정당정치가 실종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 많은 공감이 있었다”고 했다.
제주의 김우남(제주을) 의원은 “제주에서 박근혜 후보는 강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제주도 홀대가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 후보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는 지난 경선에서 득표율이 60%에 가깝게 압도적인 지지 받았는데 그 후에도 악재가 없었기에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 같다”며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도 도덕성 문제로 인한 민심이탈 현상은 없는 것 같더라”고 평했다.
◇충청. 강원 =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가 많았지만 추석 전부터 지지층 이탈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은 “충청은 여전히 박근혜 후보에 우호적”이라며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가랑비에 옷 젖듯이 도덕성에 금이 가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다”고 꼬집었다.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충청권은 정치 이야기로 시작해도 마무리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로 끝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무래도 충청도는 박근혜 후보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동경심이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호적인 여론이 많았음을 전했다.
반면 민주당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게 틀림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30~40대는 (과거사 사과)가 진정성을 띠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관심은 주로 20~30대가 많고 실질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몰표를 준 강원민의 지지는 한결같았다.
김진태(춘천) 의원은 “박근혜 후보나 당 지지도가 이전보다 더 높게 나올 것 같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당하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