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받던 윤석금(67) 웅진그룹 회장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백과사전 외판원이 29개 계열사·자산 9조3000억원의 재계 39위(공정거래위원회 4월 발표 기준, 공기업 및 민영화 된 공기업 포함)의 그룹 총수로 오르면서 승승장구했지만 무리한 기업확장이 발목을 잡았다.
윤 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뒤 1980년에는 현재 웅진씽크빅의 모태인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학습지 사업의 성공으로 모은 종잣돈으로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해 정수기 시장에 진입, 방문판매를 통해 빅히트를 쳤다.
이후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비데를 출시하며 국내 화장실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했고, 식품사업에서도 탄산음료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쌀과 매실 등 곡류와 과일을 이용한 아이템으로 대박을 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윤 회장은 본격적으로 M&A(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면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지난 2007년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한 뒤 2008년 웅진케미칼,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M&A 시장의 큰 손을 자리매김했다.
특히 향후 ‘태양광’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2006년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 ‘금융-에너지-교육-식품-생활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유수대학 MBA 출신들이 윤 회장에게 ‘적극적인 기업인수’를 제안했고, 윤 회장이 이를 수용한 것도 작금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결국 66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극동건설이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윤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극동건설 부채해소를 위해 그룹 핵심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극동건설 외에도 서울저축은행 인수자금과 태양광 사업 투자자금도 윤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태양광 사업도 최근 시황 악화로 사업진출 6년만에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웅진그룹의 맷집에 한계가 도래한 것.
주력계열사 매각으로 그룹 전체를 살리는 작전이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회사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당시 그룹 내 매출 2위(2500억원)던 ‘코리아나 화장품’을 매각, 매각대금을 정수기와 식품사업에 투자했다.
비싼 정수기를 저렴하게 빌려주는 렌탈사업과 새로운 음료 신제품을 히트시키면서 윤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조명을 받았다.
이번에도 극동건설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택했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웅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의 위기극복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현재 그룹 내부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석금 웅진그룹회장 약력
△1945년 충남 공주 △건국대 경제학과 △공주대 명예박사 △한국브리태니커 상무 △웅진씽크빅 설립(1980) △웅진식품 설립(1987) △웅진코웨이 설립(1989) △웅진에너지 설립(2006) △극동건설 인수(2007) △웅진케미칼(구 새한) 인수(2008) △웅진폴리실리콘 설립(2008) △서울저축은행 인수(2010)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2012) △웅진홀딩스·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