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로 국면 돌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과거사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최근 자신의 과거사 발언과 측근의 잇단 비리의혹이 불거지며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반전카드로 ‘과거사 사과’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인혁당은 대법원 판결도 두 개가 있다”는 등 과거 자신의 소신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박 후보의 이번 입장발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도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며 딸로서 어쩔 수 없는 혈연관계 임을 내세웠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부인 권양숙 여사 부친의 좌익 활동 경력이 쟁점이 되자 “마누라를 버리란 말이냐”고 응수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노 후보는 아내를 감싸는 인간적 의리를 내세워 상황을 역전시킨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사과는 딱딱한 화법으로 진정성을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데 부족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사과하면 받아주는 분위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렇게 했는데 야권 등에서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 ‘꼼수다’ 이런 식으로 비판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박 후보의 사과 뒤 야당에선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시지탄이긴 하나 기존 입장서 진전된 구민요구 반영된 내용으로 본다”며 “사과가 진정성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인 우상호 의원은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데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다. 환영한다”고 했고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도 “늦은 감이 있으나 유신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한 것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다만 야당은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 정 대변인은 “5·16과 유신헌법 체제에 대한 법률적 종결을 국회에서 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선 이날 박 후보의 사과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이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까지 뒤지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정책승부에 더욱 주력할 수 있게 돼 추석 이후엔 확 달라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