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출마 선언] 안철수, 집권 구상은? (종합)

입력 2012-09-19 17:21 수정 2012-09-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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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당과 차별화 … “정치경험 없지만 빚진 것도 없어”

후보 단일화에 선긋기 … 다소 공세적 화법 구사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9일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지속된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종지부 찍는 자리였다.

예상한대로 안 교수는 ‘국민의 의견수렴’이라는 명분으로 출마 배경을 밝혔다. 연설 중간 ‘국민’ ‘정치쇄신’ ‘진심’ 등 추상적인 표현을 쓰며 기성정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낡은 정치 안할 것” … 기성정당과 차별화 = 안 교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를 ‘구태’로 규정하고 새로운 정치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집권 비전을 밝힌 것이다.

그는 정치권을 싸잡아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기성 정당정치와 안철수식 정치 비전을 비교하면서 기성 정치권이 무당파·중도층들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는 기존 정당에 대한 쇄신과 개혁요구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낸 상황임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의 향후 행보 역시 ‘무(無)당적’ 등 새로운 정치를 내걸고 기성정치와 차별화된 실험 정치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정치경험 없지만 빚진 것도 없어” = 안 교수에게 정치경험 전무는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정치경험도, 조직도,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정치경험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직접적인 정치경험은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들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국민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중하게 갖고 가겠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후보 단일화 구체적 언급 피해 = 안 교수는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시한을 못 박는 것도 아니고, 방법을 논하기도 이르다”며 비교적 단호한 어조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기성정당과 차별화하면서 출마 선언을 한 시점에서 굳이 단일화를 통해 같은 부류로 엮여 불리한 상황에 놓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교수가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현 시점에서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두 가지다.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들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구체적인 두 조건에 대해선 “정치권이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했는가는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며 “제가 할 일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가 제시한 조건들이 받아들여진다면 단일화에 응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안 교수는 이 자리에서 경쟁 상대인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정책경쟁을 제안했다. 그는 “박 후보와 문 후보께 제안한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러한 정책 대결 속에서 제가 만약 당선된다면 다른 후보들의 더 나은 정책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또 경청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라고 말했다.

◇ “악의적 흑색선전, 정치권 최악의 구태” = 그간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피로감’을 증폭시켜왔던 안 교수는 이날 다소 공세적인 화법으로 대선 출마의 배경 등을 밝혔다.

연설 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적극적인 대선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자신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정치권 최악의 구태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만약 그런 의혹을 제기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국민들을 위해 저는 공개적으로 입증해달라고 청원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박 후보의 역사관과 관련해선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든 인간적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대선후보의 자격으로는 본인의 생각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각을 세우기도 했다.

◇ “선거 결과 상관없이 정치인 삶 살겠다” = 안 교수는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삶을 계속 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몇 번 직업을 바꿨지만 도중에 그만둔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또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로 한 만큼 열심히 이 분야에서 일을 해서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정과 어조는 단호했다.

이에 따라 안 교수는 향후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한 여론전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구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문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두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당선이라는 자리를 두고 안철수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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