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면접관도 울린 그녀… “키는 110cm 열정은 180cm”

입력 2012-09-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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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 이지영 대리, 삼성 열정락서 시즌3 무대서 강연

“난쟁이, ET, 외계인… 키가 작고, 뒤뚱거리며 걷는 저에게는 늘 이런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지난 18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열정락(樂)서’ 시즌3의 네 번째 무대에 오른 이지영 삼성테크윈 대리는 작은 키 때문에 놀림 받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삼성 직원 강사로 나선 이 대리는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소병으로 110cm 작은 키를 갖게 됐지만, ‘180cm의 열정’으로 살아 온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1만1000명의 학생들 앞에서 담담하게 풀어냈다.

초등학교 시절 이 대리에게 '다름'은 '불행'이었다. 친구들이 놀릴까 겁이 나서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 못 갔고,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다. "오늘은 소풍날이니까 집에서 쉬어도 돼" "체육시간이니까 교실에 있어" 주변의 편견 섞인 배려는 그녀를 더 작게 만들었다.

열등감 덩어리로 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왔다. 체육시간 밖에서 뛰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팔, 다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 보자'고 결심한 것.

이 대리는 "친구들이 테니스를 칠 때 저는 채가 가벼운 배드민턴을 했고, 배구공을 네트 위로 넘길 때, 저는 공을 아래로 튕겼다"며 "자신감 있게 나서는 모습에 친구도 생기고,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름'을 불행이 아닌 개성으로 받아들이자 '도전'도 두렵지 않게 됐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고향 창원을 떠나 서울로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불편한 몸으로 홀로 타향살이를 할 딸 걱정에 부모님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걱정은 기우였다. 교내 방송학회에 가입해 취재, 편집 등 활발한 과외 활동을 하는가 하면, 친구들의 추천으로 2년 동안 과 대표를 맡기도 했다. 대학 4학년 때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은 취업을 앞두고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60개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7개 회사에서 면접기회를 얻었지만 취업의 길은 멀기만 했다. 면접을 보는 내내 질문 하나 받지 못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그런 몸으로 고객을 상대할 수 있겠냐"는 모욕적인 질문도 들었다.

절치부심하며 도전한 삼성테크윈 면접에서“제가 가진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입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호소했고, 이 한 마디가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당시 그의 말을 듣고 면접관들이 모두 울었고, 면접위원 전원이 A점수를 줬다”고 했다.

이어 “당시 면접관들은 그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워낙 면접장에서의 태도가 긍정적이고 밝고 의지가 있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을 개척해온 삶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입사해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에 입사 후 인사팀에서 교육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한계에 도전하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바탕으로 동료와 후배들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대리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인생을 무한 도전에 비유했다.

"무한도전의 인기비결은 6명의 캐릭터가 다 다르고, 다른 코드의 웃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하나의 잣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각자 좋아하는 걸 발전시키고 거기에 맞게 스스로를 바꾸길 바랍니다.".

이어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고, 도전하다 가끔 넘어질 때는 저 이지영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했다.

이 날 강연에는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학생 30여명이 찾아 같은 장애인으로서 한계에 도전해온 이 대리의 인생스토리에 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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