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현재 한화는 8위, 넥센은 6위다. 한화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찬호, 김태균 등을 불러들였고 FA로 송신영까지 영입하며 내심 4강권 진입을 노렸다. 넥센 역시 FA로 풀린 이택근을 LG로부터 50여억원에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출신의 김병현까지 영입하며 좋은 성적을 기대케 했다. 현재의 성적만 놓고 보면 구단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시즌이 흘러온 셈이다.
하지만 한화와 넥센에 대한 현장에서의 냉정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130경기가 넘는 장기 레이스에서 믿고 맡길 투수가 부족하고 선수층이나 선수단의 경험도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류현진이라는 걸출한 투수가 있지만 방어율 2.76의 수준급 피칭에도 불구하고 8승 8패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넥센 역시 나이트와 밴헤켄 원투 펀치를 제외하면 국내 투수들의 뒷받침이 거의 없다.
한화의 경우 프런트의 입김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는 팀인 만큼 한대화 감독으로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4강권에 들어갈 수 있는 전력이 아님에도 성적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한대화 감독은 팀을 떠났다.
하지만 넥센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비록 2008년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7-6-7-8위의 하위권 순위를 이어왔지만 김시진 감독은 2009년부터 팀의 감독으로 자리해왔던 인물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팀이 주전 선수들을 줄곧 내보내는 과정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내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다. 사실상 ‘넥센=김시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성립될 정도였다.
또한 매년 하위권에 머물던 넥센이지만 올시즌 5월에는 한때 1위까지 오르는 등 서서히 김시진의 넥센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전반기 마감 시점까지는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선수들의 경험이 크게 떨어지고 풀타임 소화 경력이 많지 않아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현재 6위까지 내려온 상태지만 2013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매우 큰 상황이었다.
물론 프로팀 감독은 다름 아닌 성적으로 말하는 자리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상황에서 현재는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팀으로 전락한 이상 성적 부진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는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시즌을 거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팀 전력을 감안하면 김시진 감독에 대한 경질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팀을 이끌며 드디어 결실을 볼 시기까지 이끈 김시진 감독의 경질이 다음 시즌 혹은 올시즌 잔여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올해 잔여 경기들은 김성갑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나서게 될 넥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