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항 해물 집
쭈꾸미 몇 마리 수족관에 담겨 있다
몇 갈래로 가랑이 진 다리
피기도 전에 짓밟힌 원추리꽃 같다
콸콸 바닷물 몰아넣어도 미동조차 없다
뜰채로 건져 모가지 움켜쥐니, 풀썩
양푼에 주저앉는 혹부리
보글보글 된장국물 속
파 콩나물과 어께 걸고 쭈꾸미가 익는다
이 혹부리도 알고 있을까
골몰하듯 살짝 익어야 부드러워진다는 것
정수리를 손으로 꾹 누르니
감췄던 대롱 꺼내 맹렬히 소화수 뿌린다
다리에 촘촘히 붙어있던 촉수들
화려한 혼인색으로 빛깔을 바꾼다
독처럼 퍼진 울화 식혀
여덟 잎 꽃으로 피어나다니
접시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맨살
내가 가위를 들이대자 오소소,
소름 꽃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