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에서의 졸전 이후 네덜란드 내에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일련의 과정속에서 베르트 판 마바이크 감독은 자리를 고수할 수 없었고 결국 루이스 판 할을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
판 할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며 지난 터키와의 브라질 월드컵 예선 1라운드를 2 : 0의 승리로 장식했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조 1위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터키와의 경기에서 깔끔하게 승리를 거둔 만큼 성난 여론도 상당수 우호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터키전과 다가올 헝가리와의 예선전을 위해 판 할은 기존과는 다른 스쿼드를 꾸렸다. 라파엘 판 더 파르트와 이브라힘 아펠라이, 나이젤 데 용, 그레고리 판 더 비엘 등 기존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그밖에도 터키전에서는 마르텐 스테켈렌부르크 골키퍼를 비롯해 클라스-얀 훈텔라르, 요리스 마타이센 등이 90분내내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판 할은 "터키전 이전에 가진 벨기에와의 평가전에서 기존 대표팀 선수들을 테스트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터키전 선수 기용은 당시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다."라고 변화된 대표팀에 대해 설명했다.
대신 판 할은 팀 크룰 골키퍼를 비롯해 다릴 얀마트, 요르디 클라시에, 마틴스 인디에 등 20대 초반의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 기용했고 1 : 0의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는 상황 속에서도 리카르도 판 라인, 레로이 페어, 론 블라르 등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교체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물론 결과적으로 터키전을 승리로 이끌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후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쐐기골이 없었다면 불안했던 경기였다.
첫 경기 승리로 기분이 좋을 듯 보이는 판 할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12년 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 감독을 역임했던 판 할은 당시 아일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2 : 2로 비겼고 결과적으로는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감독에서 경질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우리의 뒤를 바짝 따라오게 된다면 결코 편안한 상황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판 할이다.
재차 대표팀을 맡은 판 할은 첫 경기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며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르옌 로벤과 웨슬리 스나이더, 로빈 판 페르시 등 기존의 핵심 선수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믿음을 보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있다. 로벤은 바이에른 뮌헨 감독 시절부터 이미 잘 알고 있는 선수이고 판 페르시는 훈텔라르보다 우선 순위로 판단하며 원톱을 맡겼으며 스나이더에게는 주장직을 맡겨 전체적인 팀의 조율을 지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언론들은 판 할의 대대적인 개혁에 대해 '오렌지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제 네덜란드는 다가오는 12일 새벽(한국시간) 헝가리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번 예선 일정에서 첫 원정길에 나서는 셈이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네덜란드는 최근 23번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 예선에서의 마지막 패배 기록은 무려 11년 전 아일랜드에게 당한 0 : 1 패배였다. 당시 감독 역시 판 할이었다. 네덜란드 언론의 바람대로 판 할이 진정한 오렌지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자신의 바람대로 적어도 월드컵 4강 진출은 이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