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혁 산업1부장 "경제민주화 담론에 없는 것"

입력 2012-09-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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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단어는‘경제 민주화’일 것이다. 날 선 공방을 하는 여-야도 경제 민주화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진다. 경제 민주화 논의를 여당이 선점한 것을 놓고 야당은 내심 원통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경제 민주화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잘 보일 게 없는지 눈을 씻고 찾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게 분명하다.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듯 경제 민주화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의미와 내용이 변질됐다. 아전인수식의 설전(舌戰)과 공방(攻防)만 난무할 뿐 진지한 논의와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같은 편끼리도 입장정리가 안 돼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고 대선주자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상태다.

먼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는 경제가 없다.

경제 민주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를 살리는 것일 진데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경제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데 표를 겨냥한 공허한 말싸움만 펼치고 있다. 경제 민주화가 가져다 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강자는 때리고 약자는 도와줘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4년마다 반복되는 엄포성 정치행위로 평가절하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면 또 흐지부지 되겠지”하는 냉소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대기업마다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아마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과욕과 탐욕의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경제를 생각해 선뜻 투자를 하겠는가. 정치권은 정말 경제를 생각한다면 대기업 자금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해 나가는 게 마땅하다.

경제 민주화에 기업도 없다. 경제 민주화가 기업과 직결되는 담론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들어있지 않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 내용은 이른바 대기업(재벌)을 견제하는 것이다. 일부는 대기업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정치권이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건 다분히 국민을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는 무책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경제를 생각한다면 ‘재벌 타도’ 가 아닌 ‘재벌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불건전하고 불공정한 관행은 제도적, 법적으로 고쳐나가면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논의를 해야 한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최근 펴 낸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송 교수는 “재벌은 해체할 게 아니라 활용해야 한다. 대외 경쟁력을 높여 세계화 충격을 흡수하는 방화벽을 쌓고 안으로는 노사 타협과 복지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완충기 역할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즉 성장 동력을 키우는 경제 민주화가 돼야지 지금처럼 대기업의 손과 발을 묶는 독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기업 지배구조만 해도 그렇다. 사실 대기업 지배구조는 정권과 기업의 합작품이다. 대기업을 앞세워 경제성장을 추구하던 당시 정부는 선단식 경영 운운하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유도했고, 효과도 봤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떠넘기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엄밀히 얘기하면 지배구조는 경제 민주화 대상도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 행위의 경제 민주화와 대기업 총수의 지배문제를 같은 범주에 놓고 해결하려 하는 건 그야말로 넌센스다.

마지막으로 경제 민주화에는 미래, 즉 비전이 없다. 경제 민주화라는 게 좋은 말 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대립적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단어만 난무할 뿐 경제 민주화가 가져다 줄 결실은 보이질 않는다.

경제 민주화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경제 민주화 대상, 즉 대기업과 함께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이 시대 화두인 복지, 양극화 해소 등을 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때 경제 민주화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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