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채널이 달라진다]옷 사고 영화 보고 피자 먹고…복합몰서 '오감만족'

입력 2012-09-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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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인기몰이

# 지난 2일 영등포구에 자리잡은 타임스퀘어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요즘 대세 가수 싸이가 타임스퀘어 오픈 3주년 기념 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한 것이다. 이런 문화 공연이 익숙한 듯 한 사람씩 모여들었고 쇼핑몰은 이내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한 방’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몰(Mall)’로 향하고 있다. ‘쇼핑+음식+커피+영화+맥주+공연+휴식=몰’이란 공식이 성립될 만큼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놀거리를 즐기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제 라이프 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몰 문화’. 한 번 발을 디디면 헤어나올 수 없는 ‘몰의 유혹’에 한국도 점점 빠져들고 있다.

◇ 돈 쓰는 곳에서 행복공간으로

“몰(mall)은 즐거움과 여가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주체가 돼 활동하는 행복공간이다” ‘쇼핑의 과학자’ 파코 언더힐은 몰 문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몰의 큰 매력은 넓은 공간을 부담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층에 따닥따닥 서로 붙어있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과도한 친절’로 부담을 주는 백화점과는 다르다.

코엑스에서 소비자들에게 △시간 때우기 코스 △초절약 코스 △패밀리 코스 △연인 선물사기 코스를 추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엑스의 초절약 코스를 살짝 엿보면 ‘무료전시회 관람→푸드코트, 먹거리 광장→에반레코드→책구경→맥도날드’로 구성돼 있다. 시간때우기 코스는 ‘영화보기→푸드코트→커피한잔→책구경, 쇼핑’ 단계로 더 간단하다.

코엑스 내 영화관인 메가박스는 하루 최대 입장객 3만1736명(2004년 4월20일)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를 가지고 있을 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7517㎡(2274평) 규모의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개장 당시(2000년 5월5일) 수족관을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850m까지 줄을 서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띈다. 디큐브 시티는 ‘뽀로로파크’를 통해 아이들의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쇼핑하고픈 엄마, 영화보며 쉬고 싶은 아빠, 놀고 싶은 아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이 같은 몰 문화는 코엑스와 타임스퀘어가 터를 닦은 창시자격이라면 디큐브시티와 IFC몰은 최신 유행을 민감하게 반영한 신개념 쇼핑몰이다.

쇼핑몰 1세대 코엑스-타임스퀘어의 특징은 대형 백화점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과 식음료 매장을 쇼핑매장 사이사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가장 근래 들어 설립된 IFC몰은 각 층마다 패션 스타일별로 매장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인기가 부쩍 높아진 SPA브랜드나 국내에 입점하지 않았던 홀리스터와 같은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연면적 7만6021m2, 영업면적 39,420 m2에 3개층 규모로 조성된 IFC몰은 이 뿐만 아니라 여의도 최초의 CGV 영화관 및 영풍문고, 고품격 레스토랑 및 푸드코트 등 110여개 브랜드를 갖췄다.

‘몰랫(Mall rat)’(생쥐처럼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10대·20대 남자 지칭), ’몰리(Mallie)’(쇼핑과 함께 몰 안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를 이용하는 사람), ‘몰워커(Mall Walker)’ (복합쇼핑몰 쇼핑을 운동으로 여기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생기는 것도 몰이 제공하는 다양성 때문이다.

◇ 쇼핑몰에 대처하는 백화점의 자세

복합쇼핑몰 시장이 확산되면서 백화점들도 변화를 맞이했다. ‘유통의 절대권력’ 위치에서 소비자들을 마주하기 위한 맞춤형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타임스퀘어와 신세계 백화점은 대표적인 ‘쇼핑몰+백화점’ 시너지 효과 사례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타임스퀘어 1층 공간을 임대해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타임스퀘어 1층엔 서로 마주보고 있는 티파니와 루이비통을 시작으로 티파니, 까르띠에, 구찌, 불가리 등 여러 명품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명품관을 돌면 어느 새 타임스퀘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돼 쇼핑의 지속성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타임스퀘어가 신세계 백화점의 그늘에 가려지고 백화점 내 매장들과 비교돼 매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는 얻었다는 평이다.

코엑스몰 역시 현대백화점이 내부에 위치하면서 백화점 고객과 쇼핑고객을 동시에 흡수 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주시할 점은 쇼핑몰에 ‘숟가락 얹히기’에 그쳤던 백화점들이 쇼핑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자세라는 것이다.

신세계가 미국의 터브먼과 함께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에 건립하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세운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쇼핑몰과 인접한 지점이 다른 지점과 큰 차이는 없지만 고객들이 한 번에 와서 원스톱으로 쇼핑몰과 백화점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물건 품질에 집중됐던 백화점의 경영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마케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 백화점이 아트 콜렉션을 운영하는 것도, 롯데 백화점에서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문화센터를 실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몰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 서비스도 많은 소비자들이 성과, 기능보다 정서적인 차원에서 가치 만족을 더 추구하게 된다”며 “품질 자체보다 상징, 의미, 타인의 평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패턴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희·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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