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는 인간은 항상 죽음, 마지막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로마시대 때는 전쟁에서 승리해 개선한 장군 뒤에 노예 한 명을 따라 붙여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승리감에 들뜬 장군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우쭐해서 반란을 꾀하다 사형당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미국 대선전이 각 당의 전당대회와 함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메멘토 모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7일(현지시간)부터 열린 야당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30일 롬니의 후보수락 연설로 막을 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내달 4~6일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정식으로 결정한다.
전당대회는 11월6일 결전의 날을 향한 후보들의 출정식인 셈이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통과 의례를 한번 거쳤다.
각오도 남다를 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1월4일 치러진 제44대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미국에 변화가 왔다”며 일성(一聲)을 터뜨렸다.
사실이 그랬다.
그는 미국 정계를 장악하던 ‘엄청나게 오래된 당’인 공화당(Grand Old Party, GOP)을 밀어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미국 역사 232년 만에 처음 탄생한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탈출에 대해서도 의욕을 나타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미국 경제는 오바마의 집권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비틀거리고 있다.
올초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더 불어났다.
4년 전 공약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부자들은 세금 더 내는 것이 애국”이라며 조지 워커 부시 전 정권에서 만든 이른바 ‘부자 감세안’을 폐지하겠다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다수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건강보험개혁제도 역시 합헌 판결이 났음에도 부분적인 시행에 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긴 이들 과제는 이번 대선전에서도 주요 쟁점이다.
오바마는 롬니와 대선 투표 전 세 차례의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경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유권자들도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적 발언에 또다시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표심은 ‘작은 정부 대망론’과 ‘큰 정부 대망론’으로 갈린 상태다.
납세 부담을 피하고 싶어하는 부유층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을,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길 바라는 서민층은 오바마의 큰 정부 노선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내년 1월 이후 감세 기한 마감과 재정 지출 삭감이 겹치는 ‘재정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긴축으로 급선회하면 미국은 물론 불안정한 유럽까지 불똥이 튈 것이 뻔하다.
이번 대선의 승자는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자각하고, 지속 가능한 처방전을 내놓는 후보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지금도 늦지 않았다.
“메멘토 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