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은태중(가명) 과장은 이전 기업에서 받은 퇴직금을 개인퇴직계좌(IRA)로 이전했다. 새로운 직장에 다니면서 받은 급여를 IRA에 넣어 운용하려 했지만 추가 납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은 과장은 결국 은퇴자산을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따로 관리해야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업황 악화에 의한 수익성 부진으로 고전하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다양한 상품군과 자산관리능력을 살려 은행 중심의 퇴직연금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개정안의 시행으로 2017년부터는 자영업자도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들의 IRP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RP는 예전 근퇴법의 IRA(기존계좌는 IRP로 전환)를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가입의무가 없이 근로자가 임의로 개설했던 IRA와는 달리, IRP는 이직이나 중도 퇴직할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확정급여(DB)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하면 퇴직금은 자동적으로 IRP로 옮겨지게 된다. 또 이직자나 중도 퇴직자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퇴직연금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근로자들은 추가로 IRP에 가입할 수 있다.
IRP가 IRA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추가납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RP계좌에는 퇴직급여 이외에도 연간 1200만원 한도로 돈을 더 넣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퇴직급여와 은퇴준비를 목적으로 하는 추가 자금을 IRP 계좌에서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됐다. IRP계좌에 넣은 돈과 연금저축에 납입한 돈을 합산해 연간 40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해지시점까지는 퇴직소득세를 이연할 수 있어 소득세의 재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10년간의 의무가입기간을 채워야 하는 개인연금과는 달리 세제혜택을 위한 의무가입 기간이 없이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 대표적 개인연금 상품인 연금저축계좌는 일시금으로 받을 때 22%의 기타소득세를 내야하고, 5년 이내 해지하면 2.2%의 추징세를 물게 된다.
이에 비해 IRP계좌는 적립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시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간 600만원 이하일 때는 별도 소득세 없이 연금소득세(5.5%)만 원천징수된다. 일시금으로 수령해서 물게 되는 퇴직소득세는 받는 돈 중 40%를 일단 공제하고 근속 연수에 따라서 추가 공제를 받아, 세금이 연금저축보다 적다.
또 개인연금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보험·펀드·신탁 등 3가지로 제한돼 있지만 IRP는 보험, 펀드, 정기예금, 국고채,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 대상이 다채롭다. 그러나 편입 펀드의 주식 편입 비율이 40%로 제한돼 있어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자는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어느 회사 IRP가 좋을까?
그렇다면 어느 증권사 IRP를 선택해야 할까. IRP선택에서 가장 고려해야할 것은 수익률과 수수료다. 일단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상품 IRA의 지난해 수익률은 삼성증권이 6.18%로, 증권사는 물론 은행·보험·증권사 등 49개사 가운데 중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이 5.74%로 뒤를 이었고 신한금융투자(5.65%), 한국투자증권(5.51%), 현대증권(5.42%) 등도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IRP의 경우 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어 수익률은 가입자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IRA는 회사가 운용 수수료를 내줬지만 IRP는 가입자 직접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가입 희망자들이 운용수수료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실제로 신규 IRP 계좌 수가 3100개를 넘어선 삼성증권의 경우 수수료가 0.35%로 업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증권(0.35%)과 신한금융투자(0.40%)도 수수료가 저렴하다.
권순길 신한금융투자 퇴직연금센터 과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는 곧 비용이기 때문에 IRP가입 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운용에 밝고 고객 컨설팅에 적극적인 회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