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우가 하도 많이 나와서 지겨워요.”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나요?”
드라마는 한류 열풍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국내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드라마들은 한류의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로 전세계에서 사랑받았다.
한류가 단순한 현상을 넘어 하나의 지구촌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한류 소비자들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류의 선봉장이었던 드라마는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이 해외 드라마팬들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게 만들었을까.
그러나 염불(작품성)보다 잿밥(한류장사)에 관심이 더 많은 드라마가 내실을 갖췄을 리 만무하다. 역할에 맞지 않는 무리한 캐스팅과 과도한 설정은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류 스타 캐스팅으로 당장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으로 쉽게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해외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같은 얼굴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드라마하면 떠오르는 내용이 무엇인지 물으면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를 꼽는다. 주인공이 불치병이나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분명 이런 설정은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흥미 요소다. 하지만 되풀이되면 효과는 반감된다.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은 멜로 일색을 벗어난 다양한 드라마를 원한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는 여전히 ‘겨울연가’다. 1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겨울연가’의 위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간 ‘겨울연가’를 뛰어넘는 드라마가 나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겨울연가’나 ‘대장금’처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다. 판에 박은 스토리와 독창성 없는 사랑이야기는 한류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드라마만큼 문화 파급력이 높은 콘텐츠도 드물다. 우리 드라마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선함이었다. 지금의 한류 열풍을 계속 이어가려면 드라마를 살릴 돌파구가 필요하다. 한류 열풍에 휩쓸려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려는 마음가짐 대신 예전처럼 개척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세를 갖춰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