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시절 비가오면 어머니는 부엌에 납작 앉아
반죽을 만들고 곤로에 돼지기름 둘러 부침개를 만들어 주셨다
곤로 기름냄새와 부침개 냄새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우리 형제들은 모두 목을 주욱 빼고 부엌만 바라보곤 했었다
연중 맑은 날은 늦도록 밭을 일궈야 했던 어머니
비가 오면 늘 뭔가 손에 잡지 않고선 불안해서인지
그 맑은 날들에 돌보지 못한 코흘리개 자식들이 안쓰러워서인지
부침개를 종일 부치는 거였다
오늘도 비가 온다
그 어린 시절 부엌 지글지글 거리던 부침개보다
어머니 뒷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