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부인이자 살인죄로 기소된 구카이라이 사건 재판이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원은 9일(현지시간) 구카이라이 심리를 진행한 지 7시간 만에 종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구카이라이에 대한 판결을 보류했으며 재판 선고일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탕이간 법원 대변인은 “판결이 언제 나올지 말할 수 없다”면서 “구카이라이가 조사에 협력한 점이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례적으로 이날 재판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구속 이후 처음 모습을 나타낸 구카이라이는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와 재킷을 걸쳤으며 침착하게 재판에 임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1980년 마오쩌둥의 미망인 장칭(江靑) 등 ‘4인방’에 대한 재판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정치 재판이라는 평가다.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보시라이의 최측근이던 왕리쥔이 구의 살인혐의를 포착하고 미국 영사관에 망명 시도를 하면서 중국에서 큰 정치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던 보시라이는 지난 4월 당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이후 모처에서 구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13일 충칭의 한 호텔에서 헤이우드와 술을 마신 후 그가 술에 취해 토하자 침대에 눕힌 뒤 보시라이 일가의 집사인 장샤오쥔으로부터 독약을 받아 헤이우드의 입에 들이부었다.
검찰은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와 경제적 이익을 놓고 충돌이 있었으며 그가 아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해 고의적으로 살해했다”면서 구카이라이를 주범, 장샤오쥔을 종범으로 규정했다.
이날 재판이 하루 만에 서둘러 종결된 것은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0년 만의 권력 교체를 앞둔 당으로서는 이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구카이라이가 어떤 판결을 받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살인죄는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사형 판결을 받지만 전문가들은 구카이라이가 사형유예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카이라이가 살인죄를 순순히 시인하고 당국도 그 밖의 여죄를 추궁하지 않은 점을 들어 15년형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보시라이 거취도 주목된다. 그가 형사 처벌은 면하고 당 기율 위반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