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전날부터 찾은 미국 대선 후보들은 ‘정치 금메달’을 따기 위해 런던올림픽 행사장 방문으로 장외대결을 펼쳤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달 26일 오전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맨드 당수와 회동한데 이어 오후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하고는 27일에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같은 날 대통령특사단 단장 자격으로 런던올림픽에 파견나왔다. 미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재 만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인인 사만사 여사와 면담 등 다양한 일정도 함께 소화했다.
이들은 런던올림픽의 개막식 참석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런던이 정치적으로 중요하기에 방문하는 것이다. 런던은 금융 및 문화예술계에 활약하는 미국인 유권자 25만명이 몰려 있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자금 모금과 지지층 확보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정치력 대결을 펼치기 위해 방문한 국가정상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 2012 올림픽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대결을 펼친 국가로 이번 런던올림픽을 두고 영국과의 ‘기’싸움이 팽팽했다. 특히 베이징에 이은 두 번째 올림픽 유치 실패로 런던에 패했을 때는 굴욕적이었다.
실제 올랑드 대통령은 관람 중 캐머런 총리에게 “영국이 메달을 딸 프랑스 선수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캐머런 총리가 프랑스의 소득세 인상과 관련해 “영국으로 도피하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놓겠다”고 비꼰 데 대한 복수를 한 것이다.
또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런던올림픽 선수촌에 머무르는 자국 선수단과 만나서 2024 하계 올림픽 유치에 대한 도전 가능성을 내비쳐 자국 선수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에 한 몫했다.
열혈 스포츠팬으로 돌아온 정치인도 있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 경기장을 찾아 남자 100㎏급 준결승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인 타기르 하이불라예프의 경기를 참관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도 : 역사와 이론 그리고 실제’라는 교본을 직접 쓰기한 유도 유단자로, 경기장 귀빈석에서 캐머런 총리에게 경기 내용을 상세히 해설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유도 열혈팬의 모습을 보인 푸틴 대통령도 경기 참관 전 캐머런 총리와 45분여간의 회담을 가졌다.
이 외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 120여 개국의 국가 정상들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반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