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공무원 휴가]"잘 쉬어야 일 더 잘한다"…공무원도 '발상의 전환'

입력 2012-08-07 09:07 수정 2012-08-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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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을 이미 훌쩍 넘긴 밤 10시이지만 정부 과천청사 건물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불빛으로 환하다. 한여름 폭염에도 늦은 시간까지 남아 유럽발 경제위기, 전력피크, 세법개정 등 국가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관행은 악명이 높다.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에 일을 오래동안 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노동시간을 보면 ‘일벌레’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취업자 기준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444시간 많은 2193시간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의 1377시간보다 무려 816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를 훌쩍 뛰어넘는 근로시간은 지난 2008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간의 노동 관행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규정을 적용받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평균 오전 8시24분에 출근해 오후 7시49분 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들도 민간 업체와 같이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공무원들이 주 3회 야근한다는 응답이 26.4%, 주 2회가 20.0%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당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제외하더라도 49~52시간에 달하며 국제적 장기근로 기준인 주 48시간을 넘는다는 분석이다. 은행이나 제조업 근로자들보다는 적게 일하지만 공무원과 공기업 근로자들도 만성적인 장시간 근로를 한다는 것.

이 같은 팍팍한 삶에 지친 공무원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이다. 일에 투입하는 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적정한 시간에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스마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기업체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공무원 역시 충분한 휴식과 적정한 노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관가에도 ‘830∼530제도’(8시반 출근 5시반 퇴근)를 기획재정부가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며 월차 제도의 일종인 월례휴가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중앙부처 인사과 관계자는 “잘 쉬어야 일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효율성의 개념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강한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제도의 변화도 함께 동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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