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휴가를 편히 못 가겠어요? 특별히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심지어 휴가를 거의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한 예산실 직원들도 다들 갔죠. 월차도 쓰는 분위깁니다. 업무가 좀 바쁘더라도 휴가는 꼭 가라는 지침도 위에서 내려왔구요.”
관가에 쉼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일만 강요했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두루 중시하고 있다. 워커홀릭의 대표 직종으로 손꼽혔던 공무원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일도 일이지만 삶의 질적 향상을 중요시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제도적인 뒷받침과 대통령·장관 등 위로부터의 변화도 휴가 문화 개선에 한몫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공무원들이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장관들도 동참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장관급 중 여름휴가를 날짜에 맞춰 다녀왔다. 권도협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일선 공무원들에게 5일 휴가 사용을 강력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권 장관은 “휴가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더라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가족과 시간도 가질 겸 내수활성화를 위해 휴가를 꼭 다녀오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장관이 공무원들의 여름휴가를 장려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좀체 회복되지 않는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속내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여름휴가 여행으로 총 3조8352억원의 관광비용이 지출될 경우 생산유발 6조3381억원, 부가가치유발 3조1951억원, 고용유발 4만9416명 등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또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하루씩만 여름휴가를 더가면 2조5000억원의 추가 소비 효과와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휴가 사용 문화가 변화되고 있음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1인당 평균 연가사용일수는 9.2일을 기록했다. 월례휴가제를 도입한 이후 연가(휴가) 사용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월례휴가제는 공무원 휴가 활성화를 위해 월 1회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다. 4000억여원에 이르는 미사용 연가일수 보상금 예산을 절감하고, 국내 관광레저산업 육성과 자기계발 등 생산적인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도입됐다.
공무원 평균 연가 사용일수는 2008년 5.6일, 2009년 6.0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월례휴가제가 도입된 209년 9월 이후로는 2010년 9.5일, 2011년 9.2일로 훌쩍 뛰었다.
월례휴가제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본 행안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행안부는 제출한 휴가계획대로 연가일이 되면 팀·과장 결재 없이 연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월례휴가제 활성화 지침을 보완해 행정기관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