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주머니를 열지 못하는 이유들이다. 내수부진은 기업의 사정을 힘들게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불황이 깊어질 수록 가치와 실용중심의 소비성향이 확연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폭과 실적 악화에 대비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트렌드 빠르게 변화=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나이와 성별, 가족생활주기, 소득 등의 표면적인 수치로 고객들을 분류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호도가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단순한 세분화 기준으로 고객을 분류했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양상이다.
특히 경제위기는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지난 2007년과 2008년 10대 히트상품을 비교해보면 불황 전후에 뚜렷한 트렌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키워드인 ‘만족’(Mind care) ‘부’(Wealth care) ‘건강’(Health care)가 반대로 움직였다.
만족 부분에서는 개인적인 즐거움에서 서로 접촉하며 즐기는 상호 간의 체험 상품이 불황에 인기를 얻었다. 부는 증식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긴축으로 변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 형태도 무조건적이기 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하고 안정성을 검증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경제위기가 1년 만에 기존 소비 트렌트를 완전히 바꿔 놓은 셈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도 다시 한번 한국의 소비트렌드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한 긴장감과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소비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개인별 가치 지향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일 소득 수준 속에서의 소비 패턴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불황 전후를 모두 대비=유통과 소비재 기업들은 피라미드 전략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피라미드형 제품 구성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불황기에 즉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품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브랜드 포석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저가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 미샤는 최근 한방화장품과 고급스킨케어 등 라인업을 확장해 상위 중산층 흡수를 시도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실용성이 강한 상품 선택 뿐만 아니라 최상의 프리미엄 대안까지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상품 전략인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깊어진 불황의 돌파구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 25% 수준인 PB 매출 비중을 향후 2년 내 35% 이상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PB매출 비중 확대와 함께 회원제 할인점인 빅마켓 등 신사업 분야에도 PB 매출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불황형 소비트렌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효과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과 통신업계도 불황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상품과 전략을 내놓고 있다. 기존 상품영역을 깨트리는 마케팅으로 매출을 증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추구가치별, 구매상황별로 고객이 추구하는 혜택을 종합화 해 타 기업과의 협력 제휴를 통해 개별 맞춤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각종 이벤트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매명분을 제공하거나 국가적 대형이벤트 제도변화 등의 기회를 매출 실적과 바로 연결시키는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2012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불황기에는 즉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마케팅이 최대 공격전략”이라고 밝혔다. 국내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불황을 이겨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혁신’과 ‘프리미엄 강화’라는 키워드를 내놨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나노시티 기흥캠퍼스서 열린 하반기 DS(부품) 부문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차별화 △유연한 시장 대응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의 판매가격을 높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2분기에 매출은 예상을 밑돌았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증권사들의 전망치와 비슷했던 것도 불황 속에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다양한 마케팅 △신차출시 △신규 공장 준공 △친환경차 개발 등으로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우선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시장에서 홈투홈 서비스, 찾아가는 시승서비스, 스마트 정비서비스 등 고객감동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차 비교 시승도 늘릴 계획이다.
조선사들은 최대 소비자인 선사들의 긴축 재정을 최우선시 하면서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연료 비용 절감을 위한 선박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배를 구입하려는 쪽에서는 최대한 연비가 좋은 배를 찾기 마련이다”라며 “배의 속도를 높이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제는 연비”라고 설명했다.